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시간당 30㎜, 하루 150㎜ 이상 비 내리면 산사태 위험 높아져

입력 : 2023.09.21 03:30

산사태

지난 7월 충남 부여 내산면 지티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근처 주택을 덮친 모습. /신현종 기자
지난 7월 충남 부여 내산면 지티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근처 주택을 덮친 모습. /신현종 기자
1970년 5월 31일 남미 페루에서 발생한 규모 8 지진으로 우아스카란산 북면에서 바위와 얼음, 눈이 뒤섞인 산사태가 발생했어요. 산 아래 융가이 마을을 덮치며 주민 2만 명이 생매장되는 대참사가 벌어졌지요. 우리나라도 여름 장마 때 폭우로 산사태가 많이 일어나요. 올해 경북 예천 지역에서만 10여 명이 산사태로 숨졌지요. 이처럼 산사태는 갑자기 발생하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옵니다.

산사태는 토양이나 암석을 구성하는 여러 층 사이 마찰력이 감소하거나 비탈이 받는 중력이 증가해 발생합니다. 땅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마찰력이 중력보다 작아지면 산사태가 발생하죠. 페루 융가이 마을의 산사태 원인이 지진이었다면, 대부분 산사태는 큰비로 인해 발생한답니다. 많은 비가 내리면 마찰력이 작아지기 때문이에요.

1시간 강우량이 30㎜를 넘거나, 하루 강우량이 150㎜ 이상, 연속 강우량이 200㎜ 이상일 때 산사태 발생률이 높아집니다. 짧은 시간에 비가 많이 내리면 토양 내부에 빗물이 가득 찹니다. 그러면 토양 내부 무게가 무거워지고, 흙에 부력(浮力)이 생기면서 토양과 암반 사이 마찰력이 줄어듭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강한 비가 내리면 한순간 산이 무너져 내리지요. 특히 우리나라 산은 암석층 위에 흙이 1m 안팎만 쌓여 있어 큰비가 내리면 빗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암석층과 흙층 사이에서 미끄럼(산사태)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반적인 산사태와 다른 산사태가 '토석류 산사태'예요.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릴 때 빗물이 산에 스며들지 못하고 계곡을 형성하며 흙이나 바위와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현상입니다. 흙이 먼저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산 위에서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계곡을 만들며 쏟아져 내려 '산 홍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피해가 큰 산사태는 토석류 산사태가 대부분으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나 올해 예천 산사태가 대표적이지요. 전문가들은 장마가 장기화하거나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토석류 산사태가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답니다.

산불이 난 지역은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조사에 따르면, 산불이 일어난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산사태 확률이 80%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산불이 토양 성질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부산대 손문 교수는 "산불이 나면 지표면 흙이 열기에 구워져 표면 아래 흙과 분리된다"며 "이때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안쪽까지 스며들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폭염이 발생하면 가뭄이 들고 이어 산불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 뒤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산사태가 더욱 강하게 발생합니다.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을 부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