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인간에게 상처받은 퓨마와 키운 우정… 터전 잃은 동물들 돌아보는 계기 돼요
입력 : 2023.09.18 03:30
나와 퓨마의 나날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사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요. 그만큼 사람과 동물 간 우정과 교감에 대한 이야기는 힘을 지니고 있어요. 이 책의 저자 역시 퓨마와 함께 생활하며 동물을 깊이 이해하게 돼요.
저자는 심리학자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한 뒤 좋은 회사에 취직했어요.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삶'처럼 보였지만, 저자는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어요.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남아메리카에서 배낭여행을 하던 저자는 오랜 여행에 그만 지쳐버려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자원봉사자가 되기로 결심하죠. 저자는 불법 밀매로 학대당하다 구조된 퓨마 '와이라'를 돌보는 일을 맡게 돼요. 그동안 받았던 학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와이라는 때때로 사람에게 공격성을 드러내곤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얼른 이곳을 떠나고 싶었던 저자는 와이라를 보곤 더더욱 도망치고픈 마음이 커지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자는 보호구역에서 자원봉사 일을 계속하게 돼요. 오히려 자원봉사 기간이 끝났음에도 계속 머물지요. 보호구역에서 와이라와 우정을 쌓으면서 비로소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나는 결코 부서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품기로 선택했다. 성공의 의미. 성차별주의·인종차별주의·자본주의·종차별주의를 비롯한 '주의'들. 이러한 파멸을 떠받치는 것들. 수많은 사람을, 수많은 집을, 수많은 동물을 다치게 한 모든 것들. 그것들에 의문을 품고 맞서 싸우기로 선택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떻게 와이라의 얼굴을 볼 수가 있겠는가?"
저자의 깨달음이 거저 얻어진 건 아니었어요. 저자는 보호구역 주변 밀림이 인간의 손에 의해 참혹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목격해요. 대규모 농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마존 열대 우림이 개간되고, 산과 들판이 불타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걸 보게 되죠. 결국 저자는 야생동물이 안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운동가가 돼요. 또 예술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단체를 창립하기에 이르죠.
저자가 보호구역에서 야생동물과 우정을 나누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동물과 한데 모여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어요.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이 책의 목차를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 연결 지어 읽어 보세요. 재미있는 독서 경험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