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2000년 전 불탄 로마, 목조 건물 금지… 1666년 런던엔 최초 소방대 생겨

입력 : 2023.09.07 03:30

대화재

지난달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화재로 집과 건물 등이 불에 탄 모습. /로이터 뉴스1
지난달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화재로 집과 건물 등이 불에 탄 모습. /로이터 뉴스1
"살려고 바다로 뛰어들었어요."

지난달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 대화재 생존자가 남긴 증언입니다. 산불이 다가오자 차로 피신하려다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살렸답니다. 사진을 보면 많은 집과 차가 불에 타 버린 모습이 너무 참혹합니다. 확인된 사망자가 115명에 달하고, 수백 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일어난 산불은 전형적인 대화재였습니다. 오랜 기간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에 목재로 만든 집, 그리고 허리케인 '도라'로 인한 강풍이 결합하면서 극심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수도가 대화재로 불타버린 사례가 여럿 있답니다. 서기 64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 발생한 대화재가 유명하죠. 몇 달째 가뭄으로 도시 내 목조 주택은 말라 있었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지요. 불길은 바람을 타고 바싹 메말라 있던 도시를 빠른 속도로 태우기 시작했어요. 불은 9일간 이어지며 로마를 잿더미로 만들었어요. 네로 황제는 기독교인들이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했다며 무자비한 박해를 가하기도 했답니다. 대화재 이후 로마는 목재로 집을 짓지 못하게 하고, 화산재를 섞은 콘크리트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새로운 건축술이 발전해 아치와 돔 형태 등 대표적인 로마 건축 양식이 탄생하게 됐답니다.

1426년 2월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도 대화재가 발생했어요. 극심한 가뭄에 강풍이 불며 빠르게 불길이 번졌죠. 종묘와 창덕궁을 보전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큼 한양은 폐허로 변해버렸답니다. 이에 세종대왕은 폐허가 된 한양을 다시 짓기로 하면서 도로를 정비하고 가옥 구조를 개선했어요. 길은 대로(大路)는 수레바퀴 7개 폭, 중로(中路)는 2개 폭, 소로(小路)는 1개 폭으로 만들었어요. 대화재 원인이 된 초가지붕을 없애고, 한양 내 주택은 모두 기와지붕을 사용하도록 했지요. 지금의 소방청 격인 금화도감을 설립해 화재 예방 시스템도 만들었고요. 한양은 대화재의 아픔을 딛고 주작대로에 기와집이 즐비한 위풍당당한 조선의 수도로 거듭납니다.

1666년 9월 영국 런던에 대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가뭄과 건조한 공기에 강한 북동풍이 불면서 목조 주택은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갔지요. 며칠간 이어진 대화재로 공공건물 대부분과 유서 깊은 세인트폴 대성당, 교구 교회 87곳, 가옥 1만3000여 채 등 런던 대부분이 불타버렸어요. 런던은 대화재 이후 모든 건물은 돌이나 벽돌로 지어야 한다는 조례를 만들었어요. 새롭게 도로를 넓히고 각종 기반 시설을 개선했으며, 최초의 소방대를 설립해 화재에 대비했습니다. 대화재는 런던이 근대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대화재로 인한 절망적인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를 통해 하와이 마우이섬이 하루속히 재건돼 더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