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깃털처럼 잘게 갈라진 잎… 백두산서 자라는데 경기 고양시에서 발견됐어요

입력 : 2023.09.04 03:30

왕별꽃

왕별꽃 꽃잎은 끝부분이 5~8개로 가늘게 갈라져 있어 수십 장은 되는 것처럼 보여요. /국립생물자원관
왕별꽃 꽃잎은 끝부분이 5~8개로 가늘게 갈라져 있어 수십 장은 되는 것처럼 보여요. /국립생물자원관
최근 식물학자와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동호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백두산 부근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북방계 식물이 경기 고양시 하천 주변에서 발견된 거죠. 바로 깃털처럼 잘게 갈라진 꽃잎이 특징적인 '왕별꽃'이라는 식물이에요.

식물 이름에 왕고들빼기·왕머루처럼 '왕'자가 붙으면 전체적으로 크기가 크거나 꽃이나 열매가 크다는 뜻이에요. 왕별꽃도 '큰산별꽃'이라고도 불릴 만큼 키도 크고 꽃도 큰 별꽃이라는 뜻이죠. 보통 별꽃속(屬) 식물의 꽃은 지름 0.3~7㎜ 정도로 작아서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왕별꽃은 1.5㎝ 정도로 눈에 띄게 크고 화려해요.

왕별꽃은 석죽과(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해요. 한반도에서는 함경도, 평안도 고산지대 숲 가장자리나 하천 가에서 주로 자라요. 식물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빽빽하게 있고, 가늘고 긴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요. 줄기는 밑부분에서 비스듬히 자라다가 위로 갈수록 곧추서며, 높이 40~80㎝로 자라요. 잎은 마주나고 길이 6~12㎝, 폭 1~2.5㎝의 피침 모양 또는 긴 타원상 피침 모양이에요. 잎끝은 뾰족하고 잎자루가 거의 없어요.

꽃은 6월부터 9월까지 흰색으로 피며 취산꽃차례로 달려요. 취산꽃차례는 꽃 밑에서 한 쌍씩 작은 꽃자루가 또 나와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 것을 말해요. 꽃자루는 길이 1~3㎝로 긴 편인데, 꽃이 피고 진 다음 밑으로 구부러져요. 꽃받침잎은 5개고 긴 타원 모양이며 길이 6~8㎜ 정도예요.

꽃을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참 특이해요. 꽃잎은 5개로 넓은 거꿀달걀모양(잎의 위쪽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폭이 넓어지는 거꾸로 선 달걀 모양)인데, 길이 8~10㎜로 꽃받침잎보다 조금 길거나 비슷해요. 꽃잎은 다시 끝 부분이 5~8개로 가늘게 갈라져 가는 꽃잎이 수십 장은 되는 것처럼 보이죠. 노란색으로 익어 벌어진 열매 안에는 콩팥(신장) 모양 검은 갈색 씨앗 2~5개가 들어 있어요.

그동안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왕별꽃이 어떻게 경기도 하천 가에 갑자기 자라게 됐는지 정확히 밝혀진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고 해요.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분변이나 날개, 몸에 묻어 왔거나 한강 하류까지 떠내려온 씨앗에서 싹이 난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해요.

백두산에 가지 않아도 백두산 식물을 볼 수 있는 왕별꽃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해 군락지 주변에 테두리를 설치하고 있어요. 생태계 교란 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을 제거하고 하천을 정화하는 활동도 한창이죠. 앞으로도 자생지가 잘 유지돼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왕별꽃은 자라는 위치를 알고 찾아가도 이맘때쯤 주변에 흔히 같이 자라는 개망초와 꽃 크기나 갈라진 꽃잎 모양이 많이 닮아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잘 살펴봐야 해요.

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