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開花 기준은 뭐고 구름 종류는 왜 많을까… 어려워보이는 과학, 원리 알면 재밌어요

입력 : 2023.08.31 03:30

과학을 생각하다

[재밌다, 이 책!] 開花 기준은 뭐고 구름 종류는 왜 많을까… 어려워보이는 과학, 원리 알면 재밌어요
허준영 지음 | 출판사 여문책 | 가격 2만원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일하는 저자는 다양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예요. 이 책은 실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이나 익숙한 사물 속에 어떤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는지 설명해요. 조금도 딱딱하지 않은 편안하고 친근한 문체로 설명해주죠. 그래서 과학 책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느껴진답니다.

저자 역시 과학 지식은 분명히 어렵고 난해한 점이 있다고 인정해요. 하지만 과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과학적 태도를 삶의 기준으로 삼는 데는 아주 간단한 과학 지식 정도면 충분하다고 저자는 주장해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과학에 기반해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하죠.

저자는 흥미로운 주제를 툭 던져 놓고 그에 얽힌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하나하나 펼쳐 나가는 식으로 책을 구성했어요.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매년 꽃이 언제 개화했는지를 발표한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기상청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개화를 발표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정말 궁금해지네요. 이 책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역별로 꽃의 개화기를 측정하는 '기준 나무'를 정해두고 있다고 해요. 그 나무에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선언하는 거예요. 서울의 벚꽃 개화기를 정하는 기준 나무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에 있는 왕벚나무예요. 매년 그 나무에 꽃이 피면 '서울에 벚꽃이 피었다'고 선언해요. 기상청은 이렇게 지역별로,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벚꽃 군락지마다 기준 나무를 정해두고 있대요.

밖에 나가 고개만 들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구름이지만, 저자는 그 흔한 구름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쏟아내요. 권층운·적란운·층적운 등 구름의 이름은 참 복잡해요. 의미를 알기도 어렵고요. 책은 이름을 지은 원리를 설명해요. '권'자가 붙은 구름은 상층운(대기권 윗부분에 떠 있는 구름)이고, '고'자가 붙은 구름은 중층운(상층운과 하층운의 중간쯤 상공 2~7㎞ 높이에 있는 구름)이에요. 또 '층'자가 붙은 구름은 수평으로 퍼져 있는 구름을 뜻하고, '적'자가 붙은 구름은 수직으로 발달한 구름, 그리고 '란(난)'자가 붙은 구름은 비나 폭풍을 동반하는 구름이라고 하네요.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는지 그 길을 안내해요. '지식'은 어떤 대상에 대해 배우거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인식 또는 이해를 의미해요. '지혜'는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학습하고 경험해서 얻은 정보나 사실은 '지식'이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혜'라 합니다. 지식과 이해는 지혜의 기초지만, 실천과 경험은 지혜를 얻는 열쇠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요. 과학적인 사고가 삶에 필요한 통찰력의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과학책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