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부르는 이름만 25가지… 새빨간 열매는 야생 동물의 겨우살이 먹이

입력 : 2023.08.28 03:30

월귤

열매가 달린 월귤. 월귤 열매는 잼이나 젤리, 주스 등을 만드는 재료로 써요. /국립생물자원관
열매가 달린 월귤. 월귤 열매는 잼이나 젤리, 주스 등을 만드는 재료로 써요. /국립생물자원관
월귤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부터 북부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북미까지 널리 분포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링곤베리·폭스베리 등 25가지의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온대기후대부터 북극 가까운 곳까지 사는 곳을 가리지 않아요. 특히 구주소나무 같은 침엽수림이나 툰드라 지역처럼 영양분이 부족하고 습한 산성 토양에서도 잘 자라요.

월귤은 나무 크기가 작지만, 사계절 잎이 지지 않는 상록관목이죠. 전국 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철쭉·만병초나 정금나무·산앵도나무와 같은 진달랫과(科) 형제예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월귤의 형제는 총 7가지예요. 월귤은 지역에 따라 '땃들쭉' 또는 '땅들쭉'이라고도 불러요.

월귤은 높이 15~30㎝ 정도로 자라며, 지면을 빽빽이 덮습니다. 타원형의 녹색 잎이 교대로 돋아있는데, 길이가 5~30㎝ 정도입니다. 꽤 작은 편이지요. 유라시아에서 자생하는 월귤잎이 북미산보다 두 배 정도 커요.

봄이나 초여름에 피는 꽃은 종 모양을 닮았습니다. 흰색에서 옅은 분홍색 또는 빨간색으로, 꽃 크기는 3~8㎜ 정도랍니다. 호박벌 등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줍니다. 열매는 크기가 6~10㎜ 정도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빨간색으로 익습니다. 겨우내 달려 있어요.

스칸디나비아 지방 등 북유럽이나 발트해 연안 국가 등 동유럽에서는 월귤 열매가 건강식 재료로 꼽혀요. 잼이나 젤리를 만들어 먹거나, 주스 등 음료를 만들 때 주재료로 흔히 사용해요. 팬케이크나 푸딩, 미트볼 등 다양한 요리에도 쓰여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월귤 생과일은 냉동 보관해서 장기간 먹을 수 있어요. 조류나 포유류, 곤충 같은 야생 동물에게도 월귤 열매는 중요한 먹이가 됩니다.

월귤은 줄기와 잎에 비타민 B와 C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높습니다. 특히 열매에 산화 방지제와 폴리페놀을 포함한 다양한 생체 활성 화합물이 많아 당뇨병이나 호흡기 질환, 신경 퇴행성 장애 예방이나 치료 등에 널리 쓰입니다. 건강에 좋은 장수 식품으로 알려져, 1960년대 이래 네덜란드와 미국에서는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월귤은 빽빽하게 자라는 생장 습성과 오랜 기간 달려 있는 빨간 열매 때문에 유럽 정원이나 공원에서 많이 심어요. 월귤의 빽빽한 뿌리는 땅속 수분을 유지하고 토양 침식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정원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집 앞마당에 월귤이나 정금나무, 산앵도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