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아바·김광석 히트곡에 재밌는 이야기 더했죠

입력 : 2023.08.28 03:30

주크박스 뮤지컬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노래와 춤, 음악이 어우러지는 공연 예술을 뮤지컬이라 부르죠. 그중에서도 음악은 뮤지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때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극적 이야기를 더한 뮤지컬을 특별히 '주크박스 뮤지컬(jukebox musical)'이라 부릅니다. 오늘은 2000년대 주크박스 뮤지컬의 흥행 역사를 이끈 대표작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와 우리나라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날들', 두 작품을 감상해 봐요.

영상에서 시작한 주크박스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이름은 CD가 든 기계에 동전을 넣고 선곡을 하면 노래가 나오는 음악상자 '주크박스'에서 유래했어요. 보통 '팝 뮤지컬(pop musical)'이라고도 부르는데, 인기 있는 대중음악, 즉 팝송(pop song·popular song)을 활용해 이야기를 구성하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지요.

재미있는 건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형식이 무대가 아니라 영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에요. 대표작으로는 1952년 제작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를 꼽을 수 있어요. 영화사(史)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감미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 명장면으로도 유명하죠. 영화에 쓴 음악은 다른 영화 속 흥행곡을 가져와 활용했어요.

주크박스 뮤지컬이 무대 예술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이후입니다. 대표작은 1984년 발표된 '리더 오브 더 팩(Leader of the Pack)'인데, 196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두왑(Doo-Wop) 장르 음악에 이야기를 더해 만들었죠. 두왑은 흑인 음악 가스펠에서 유래한 노래에 간단한 악기 연주가 더해진 리듬 앤드 블루스의 한 종류예요. 리드 보컬을 보조하는 보컬들이 '두~' '왑~'이라는 의성어로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주크박스 뮤지컬 흥행 이끈 '맘마미아!'

주크박스 뮤지컬은 형식에 따라 크게 '컴필레이션 뮤지컬(Compilation Musical)'과 '트리뷰트 뮤지컬(Tribute Musical)'로 나뉘어요. 컴필레이션 뮤지컬은 여러 음악가의 노래를 골라 뮤지컬 한 편을 완성하는 방식이에요. 가수 한 명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수의 곡을 고를 수 있어 선택 폭을 넓히고, 당대 인기곡도 여러 곡 넣어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여러 곡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요.

이에 반해 트리뷰트 뮤지컬은 특정 한 음악가의 예술적 성과를 기리는 헌정의 의미로 제작하곤 해요. 대중에게 선호도가 높은 음악가와 그가 부른 곡을 선별하고 줄거리를 더해 뮤지컬로 만들죠. 대표작이 바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흥행을 이끈 '맘마미아!'랍니다. 1999년 초연한 '맘마미아!'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2004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대에 초연이 올랐습니다.

스웨덴의 전설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23곡으로만 극을 구성한 '맘마미아!'는 대표적인 트리뷰트 뮤지컬이라 할 수 있어요. 뮤지컬 제목인 '맘마미아!'는 아바가 1975년 발표한 세 번째 앨범 'ABBA'에 수록된 동명 곡 '맘마미아!'에서 가져왔어요. 이탈리아어로 '어머나' '맙소사' 같은 감탄사랍니다.

'맘마미아!'는 초연 이후 전 세계 450도시에서 6500만명이 관람하는 대성공을 거뒀어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바의 인기곡을 배경으로, 싱글맘인 도나의 딸 소피가 결혼식을 앞두고 아빠로 추측되는 엄마의 옛 남자 친구 세 명을 그리스 섬으로 초대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인기 요인으로 꼽히죠. 지난 6월 서울 공연을 마친 '맘마미아!'는 올 연말까지 세종, 충남 당진, 경북 구미, 광주광역시, 전남 목포, 부산 등 전국 23도시에서 막을 올리니 가까운 공연장을 찾아봐도 좋겠어요.

우리나라 주크박스 뮤지컬

2000년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으로 만든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 시작은 2001년 제작된 임순례 감독의 동명 영화를 7080 대중가요를 활용해 뮤지컬로 탄생시킨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2004)였어요. 이후 밴드 자우림의 음악으로 구성한 '매직카펫라이드'(2005), 8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로 구성한 '젊음의 행진'(2007), 작곡가 이영훈의 음악으로 구성한 '광화문 연가'(2011), 가수 김광석의 음악으로 구성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2012)과 '그날들'(2013), 가수 서태지의 음악으로 구성한 '페스트'(2016) 등이 사랑받았지요.

그중에서도 2013년 초연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그날들'(9월 3일까지·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대표작으로 손꼽을 수 있어요. 김광석의 곡으로만 만든 트리뷰트 뮤지컬 '그날들'은 국내 주요 공연예술상을 휩쓸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요. 극은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로 많은 명곡을 남긴 전설적인 가수 김광석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요. 1992년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한중 수교의 비밀을 덮으려는 정부와 두 남녀의 실종 사건을 더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젊은 세대의 감성에도 호응하죠. 내가 좋아하는 가수, 내가 좋아하던 그 곡을 즐기기 위해 주크박스 뮤지컬을 한 편 골라 관람해 보면 어떨까요.
뮤지컬 '그날들' 공연 장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 공연 장면.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동전을 넣고 단추를 눌러 곡을 지정하면 저절로 음악이 나오는 장치 '주크박스'. /브리태니커
동전을 넣고 단추를 눌러 곡을 지정하면 저절로 음악이 나오는 장치 '주크박스'. /브리태니커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