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육지 오면 약해졌던 예전과 달리… 엄청난 호우·강풍으로 큰 피해 몰고 와요
입력 : 2023.08.24 03:30
태풍
- ▲ 지난 10일 제6호 태풍 '카눈' 영향으로 울산 남구 가구거리 한 가구점 건물 지붕이 강풍에 떨어져 있어요. /김동환 기자
그런데 태풍은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태풍이 육지로 이동하고 나면 이내 약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만든 기괴한 태풍은 육지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답니다. 2021년 8월 29일 미국 최남부 루이지애나주(州)에 수퍼 허리케인 '아이다'가 상륙했어요. 미국 기상청은 남부 인근 주에 경보를 발령했을 뿐, 이 허리케인이 미국 북동부 지역까지 큰 피해를 주리라 예상하지 못했죠. 그런데 3일 후 허리케인은 약 1100㎞를 북상해 뉴욕까지 이동했고, 엄청난 호우와 강풍으로 큰 피해를 남겼어요. 미 국립기상청은 사상 처음 뉴욕시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통행금지를 선포했답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지난달 29일 5호 태풍 '독수리'가 푸저우성에 상륙했어요. 느린 속도로 장시성과 후베이성을 거쳐 허베이성 등 북동부 지역으로 1000㎞ 이상 북진하며 엄청난 양의 비를 뿌렸습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은 이틀 동안 비가 745㎜ 내려 140년 만의 폭우 기록을 세웠어요. 허베이성 싱타이시는 이틀 동안 1000㎜ 넘는 비가 내려 2년 동안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지요. 베이징 자금성이 물에 잠기는 등 수많은 건물과 논밭이 물에 잠겼고 자동차들은 떠내려갔어요. 중국 기상청은 태풍 '독수리'가 몰고 온 뜨거운 수증기가 이례적인 폭우를 만들었다고 밝혔답니다.
'사이언스타임스'에는 '기후 위기가 상륙 후 허리케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어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이 더 많은 습기를 머금게 되고, 태풍이 상륙한 후 습기를 막대한 열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영향을 주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또 미 해양대기청은 태풍이 가장 강해지는 위도가 현재 적도 인근 해상에서 중위도 지방으로 북상한다고 분석했어요. 이로 인해 우리나라도 강한 태풍이 그대로 북상해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앞으로 커진다고 하네요. 올여름에는 태풍 '카눈'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를 관통하며 한반도를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태풍에 더 착실히 대비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