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비쌀수록 잘 팔리는 건 과시하고 싶어서… 10만원 넘는 빙수도 줄을 서요
입력 : 2023.08.17 03:30
베블런 효과
- ▲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12만6000원에 판매된 ‘제주 애플망고 빙수’. /포시즌스호텔서울
A. 저도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호텔 카페에서 빙수를 10만원 넘는 가격에 파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저 가격에 사 먹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아주 인기더라고요. 10만원대 빙수를 먹어보진 못해서 얼마나 맛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동네 가게에서 파는 1만원 안팎 빙수도 충분히 맛있고 시원합니다. 호텔 빙수가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썼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가격이 10배가 넘는데, 그만큼 맛의 차이가 날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12만원짜리 빙수가 인기를 끄는 건 10배 더 맛있어서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비싼 빙수를 사 먹는다'라면서 과시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요? 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서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은 마음, 요즘 인기 있는 건 비싸도 먹어 보고 싶은 마음 말이죠. 미국 사회학자 베블런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상품 가격이 비싸지는데도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이 사려고 하는 현상이 있다고 했어요. 이 현상을 그의 이름을 따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이름 붙였죠. 10만원대 망고 빙수의 인기도 베블런 효과가 반영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SNS가 발전하면서 자신의 소비 활동을 과시하기 쉬워졌어요. 명품 브랜드 로고가 있는 종이 쇼핑백이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2만~3만원에 거래된다고 해요. 판매자는 쇼핑백이 손상되지 않도록 포장에 심혈을 기울여 구매자에게 보낸다고 해요. 물건을 담았던 상자, 천으로 된 포장용 주머니, 리본 끈도 거래되죠.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 쇼핑백을 사서 외출할 때 보조 가방으로 써요. 명품을 자주 구매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자신감이 생기죠"라고 합니다.
가격이 비싸 소수만 쓸 수 있는 명품 브랜드를 이렇게 해서라도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돼 있죠.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적게 갖고 있는 재화라는 생각이 들 때 더 사고 싶어지고,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쓰면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합니다. 운동화 브랜드에서 정해진 수량만 비싸게 판매하는 한정판 운동화가 대표적이죠. 비슷한 품질의 운동화가 많지만 한정판은 훨씬 가격이 비싸고 그나마도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품절돼 구하기 힘들어요. 사람들은 이 운동화를 신으면 남들과 차별화된다고 믿죠.
하지만 가격이 몇 배 더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어야만 가치가 있는 걸까요? 나 자신이 그 상품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그 물건에서 얼마만큼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가 더 합리적인 소비 기준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