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나뭇가지처럼 길쭉하게 10㎝까지 자라… 짝짓기 없이 알 낳을 수 있대요

입력 : 2023.08.16 03:30

대벌레

대벌레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나뭇가지와 구별하기 정말 어려워요. /국립생물자원관
대벌레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나뭇가지와 구별하기 정말 어려워요. /국립생물자원관
지난해 대벌레가 갑자기 떼로 출몰한 서울 양천구 신정산에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살피는 작업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대벌레가 한꺼번에 나타나 나뭇잎을 먹어 치우면 숲이 황폐화할 수 있거든요. 대벌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나무처럼 생긴 곤충이에요. 최장 10㎝까지 자라는 길쭉한 몸뚱이에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양옆으로 가느다란 다리가 있어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나뭇가지와 구별하기 정말 어렵답니다.

이렇게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동물들이 주변 환경과 아주 빼닮은 모습을 하는 경우를 의태(擬態)라고 해요. 새똥과 비슷한 모습을 한 새똥하늘소, 나뭇가지로 착각할 정도인 자나방 애벌레(자벌레) 등이 대표적인 의태 동물로 꼽혀요. 대벌레는 날개가 완전히 퇴화했어요. 우거진 숲속에서 별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쓸모없어진 것이죠. 대벌레는 나비나 풍뎅이처럼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 애벌레에서 곧장 성충이 된답니다. 보통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성충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벌레는 애벌레의 생김새가 성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갓 태어난 대벌레는 크기가 1㎝ 정도인데 허물을 벗으면서 성충으로 자라요. 생김새만큼 대벌레는 번식도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해요. 암컷이 수컷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알을 낳고 이 알이 부화합니다. 일종의 자기 복제인 것이죠. 다른 곤충처럼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한 뒤 번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암컷이 스스로 번식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드물대요. 이렇게 암컷 홀로 낳은 새끼들은 전부 암컷이라고 합니다.

대벌레는 알을 낳는 방식도 독특해요. 다른 곤충은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위에 알을 조심스럽게 낳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대벌레 암컷은 나뭇가지 위에서 마치 변을 보는 것처럼 아래로 알을 후드득 떨어뜨려요. 한꺼번에 알을 낳는 게 아니라 조금씩 여러번 산란하죠. 대벌레는 7~8월 집중적으로 알을 낳은 뒤 9월쯤 죽는대요. 바로 지금이 대벌레가 종족 번식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시기랍니다.

대벌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성격이에요. 주로 남쪽 지방에서 서식해 전국적으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벌레였어요. 그러다 전국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에서 엄청난 숫자로 번식하면서 해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어난 대벌레가 활엽수 나뭇잎을 왕성하게 먹어 치우면서 멀쩡했던 숲이 황폐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어요.

과학자들은 대벌레 증가가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말해요. 대벌레는 알 상태로 겨울을 나는데, 급속한 도시화로 땅속 온도가 높아지면서 생존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거죠. 대벌레를 즐겨 먹는 새나 작은 동물이 도시에서 사라진 것도 대벌레 개체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요인으로 꼽혀요.

도움말=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