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그리스가 정치적 화해 위해 도입…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시작
입력 : 2023.08.15 03:30
사면(赦免)
-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사 등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국무회의가 열렸어요. /뉴시스
동양에서 사면은 매우 오래된 제도예요. 고대 중국 하·상·주(夏·商·周) 시대 문서를 모아 편집한 것으로 전해지는 유교 경전 '상서'에는 '과실로 인한 재앙을 사면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중국 주나라 왕실의 관직 제도와 전국시대 각국 제도를 기록한 유교 경전 '주례'에도 삼사(三赦)라고 해 죄인이 어린이나 노인, 심신 장애 상태라면 사면해 주도록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유교 경전은 그 속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지, 해당 내용 자체를 완벽한 역사적 사실이라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때 사면 제도가 완전히 제도화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면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자료지요.
중국에서 사면이 제도화된 것은 한나라 시기로 여겨집니다. 후한 광무제(재위 25~57) 때 인물 위굉이 한나라 제도에 대해 서술한 책 '한구의'에 따르면 황제가 죽고 새 황제가 제위를 계승했을 때, 황후를 세울 때, 황태자나 왕세자(지방 제후왕의 계승자)를 임명할 때 사면을 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황제가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낼 때, 전쟁에서 이겼을 때 등 상황에 관례적으로 사면을 실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사면 제도가 중국 왕조에 계승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졌어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삼국은 기원후 1~2세기쯤 사면을 처음 실시했어요. 신라는 유리왕 때, 백제는 다루왕 때, 고구려는 산상왕 때 최초로 사면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사면 제도가 이어졌죠.
서양에서 사면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사면을 영어로 앰네스티(amnesty)라고 하는데 건망증·망각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단어가 어원이에요. 고대 그리스 세계는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나뉘어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를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 하는데, 스파르타가 이기면서 아테네에선 민주정이 무너지고 과두정이 세워졌어요. 과두정에 대한 아테네 사람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아테네 장군 트라시불로스는 과두정을 무너뜨리기 위한 내전을 벌였고, 아테네에 민주정이 복구됩니다. 이때 트라시불로스가 정치적 화해를 위해 사면을 실시했다고 해요. 이후 서양에서는 왕의 대관식 등에서 사면을 실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