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1세기 십자군 전쟁 참여한 기사단서 시작… 우리나라는 대한제국 수립 후 생겼대요

입력 : 2023.08.08 03:30

훈장

장남 흑태자에게 가터 훈장을 수여하는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 가터 훈장은 무릎 부근에 매다는 훈장이에요. /영국 왕실
장남 흑태자에게 가터 훈장을 수여하는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 가터 훈장은 무릎 부근에 매다는 훈장이에요. /영국 왕실
지난 3일 김미혜(75)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가 노르웨이 국왕이 주는 공로 훈장을 받았어요. 김 교수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전집을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대요. 훈장은 국가나 사회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공로를 기리고자 수여하는 휘장을 말합니다. 훈장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고대사회에서도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표창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공훈을 세운 사람에게 황금 목걸이를 수여했고,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큰 공을 세운 군인이나 시인 등에게 표창을 줬어요.

하지만 대체로 훈장은 중세 유럽 기사단에서 시작했다고 여겨져요. 1095년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소집한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십자군 원정을 선포한 이후 200여 년 동안 십자군 전쟁이 이어집니다. 당시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유럽인은 십자가 모양 배지를 옷에 달았다고 해요. 이 배지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는 표지가 되기도 했기 때문에 종교적 권위와 십자군이 세운 군사적 업적을 바탕으로 명예의 상징이 됐어요. 이것이 훈장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훈장 중 하나는 1348년 영국 에드워드 3세가 제정한 가터 훈장입니다. 공훈이 있는 사람을 명예로운 가터 기사단 일원으로 임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유럽 국가 훈장 중에는 기사 계급이 반영돼 5계급 또는 3계급으로 등급을 나눈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1802년 나폴레옹이 제정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높은 순으로 대십자장(그랑크루아), 대장군(그랑오피셰), 사령관(코망되르), 장교(오피셰), 기사(슈발리에) 5등급으로 나뉘어 있어요.

동양 문화권에서는 훈장을 수여하는 문화는 없었지만, 비슷한 제도를 찾아보자면 공신 제도가 있어요. 중국 당나라에서는 임금 재위 기간 가장 큰 공을 세운 신하를 배향공신(配享功臣)으로 선정해 사후 종묘 공신전에 모실 수 있게 했어요. 나라를 세울 때 공을 세운 신하는 개국공신으로 임명했죠.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받아들여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공을 세운 신하들을 공신으로 임명했어요. 조선 왕조는 반정이나 전쟁 등 상황에서 공을 세운 신하를 공신으로 임명했습니다.

서구 열강이 제국주의 팽창정책을 펼치면서 동아시아 각국은 개항을 통해 서구 문물을 수용했고, 훈장 제도도 이때 들어왔어요.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장 제도를 도입했어요.

우리나라는 대한제국 수립 후 훈장 제도가 생겼습니다. 1900년쯤 훈장과 상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청인 표훈원을 설치하고 훈장 조례를 공포해 훈장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