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팥알처럼 붉은빛 도는 꽃… 열매에 독성 있어 살충제 원료로 써요

입력 : 2023.08.07 03:30

팥꽃나무

팥꽃나무라는 이름은 봄에 피는 꽃이 꼭 팥알처럼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이어서 붙었어요. /국립생물자원관
팥꽃나무라는 이름은 봄에 피는 꽃이 꼭 팥알처럼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이어서 붙었어요. /국립생물자원관
나무는 예로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어요. 팥꽃나뭇과(科) 팥꽃나무도 그러한 좋은 예랍니다. 팥꽃나무는 봄에 피는 꽃이 꼭 팥알처럼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팥꽃나무속(屬)은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 등 지구상에 널리 분포해요. 모두 51종이 있고, 인위적인 교잡종(계통·품종·성질 따위가 다른 것끼리 교배해 새롭게 생긴 품종)은 13종류지요.

이 중 팥꽃나무는 중국 산둥반도 이남, 대만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나무예요. 가을·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봄에 넓은 새잎이 나는데, 키는 1m 내외입니다. 한반도에는 주로 평안남도와 황해도 바닷가, 전북 변산반도, 전남 진도·해남·완도 등 남북으로 길게 분포하지요. 잎은 길이 3~4㎝로 끝이 뾰쪽하고 마주나요. 잎 모양은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고 중간쯤부터 아래쪽이 약간 볼록한 달걀꼴이거나 긴 타원형이에요.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자루는 약 4㎜ 정도입니다.

꽃은 잎이 나오기 전인 5월쯤 2년생 가지 끝에 홍자색으로 많이 피는데, 향기는 거의 없답니다. 눈에 쉽게 띄는 보라색 꽃은 정원이나 공원에 생동감을 더해 주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으뜸인 식물입니다. 열매는 길이 4㎜ 정도 타원형인데, 7월쯤 빨갛게 익는답니다. 복숭아·살구처럼 단단한 핵으로 싸인 씨가 들어 있어요. 팥꽃나무는 그늘이 없는 곳에서 잘 자라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 키우기 꽤 쉬운 나무입니다. 자라는 속도는 꽤 더딘 편이에요.

팥꽃나무는 수액에 독성이 있어 피부 발진, 메스꺼움,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어요. 식물의 모든 부분, 특히 열매가 유독성이어서 주로 살충제 원료로 이용한답니다. 섭취했을 때는 위장염과 설사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신장이 손상돼 신장염에 걸리거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 또는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잘 다루면 치료제로도 쓸 수 있어요.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말린 팥꽃나무

꽃봉오리를 기침 치료용으로 썼어요. 새싹은 방부제·이뇨제·항응고제로 쓸 뿐 아니라 기관지염·변비·피부병 치료 등에 이용한답니다. 특히 전통 의학의 중요한 기본 재료 50종 중 하나일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지요. 팥꽃나무는 벌·파리·나비·나방 등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에게 매우 중요한 나무입니다.

전북 부안 지방에서는 조기가 잡힐 때 꽃이 핀다 해 팥꽃나무를 '조기꽃나무'라 부른답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격포 바닷가 500m 이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팥꽃나무는 사람들의 남획으로 이제 자생지에서 거의 볼 수 없어요. 앞으로 전국 각지 공원이나 정원에서 우리나라의 귀한 자생 수종 팥꽃나무를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