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해변에서 책 읽고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 그림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 상상해 봐요

입력 : 2023.08.07 03:30
[재밌다, 이 책!] 해변에서 책 읽고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 그림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 상상해 봐요
해변과 바다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지음|출판사 그림책공작소|가격 1만8000원


이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이라 하면 보통 영유아 때 읽는 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달라요. 전 연령대가 타깃인 '100세 그림책'이라 청소년이 읽어도 좋아요.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해요. 글자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읽는 사람이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하고 만들어 낼 여지가 많아요.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거듭 새로울 수 있으니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하기에 더없이 좋죠.

첫 장을 펼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여요.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여자,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가 보여요. 해변가에서 쓰레기인지 조개인지 모를 무언가를 줍고 있는 아저씨도 보여요. 아직까진 누가 주인공인지 전혀 알 수 없어요.

두 번째 장에서는 막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는 사람과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다 해변가로 나온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세 번째 장에서는 바닷가에 앉아 있는 여자가, 네 번째 장에서는 신중하게 조개를 고르는 턱수염 아저씨가 보여요.

다음 장에는 단체로 놀러 온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왁자하게 떠드는 모습이 담겨 있네요. 뜰망(철사로 얼기설기 짠 망)을 들고 무언가 채취하는 듯한 바다 사나이, 태닝하는 사람, 모래사장에서 불가사리를 찾는 여성이 차례로 등장해요. 이윽고 앞서 나온 모든 사람들이 바다에 풍덩 빠져서 온몸으로 바다를 즐기는 모습이 나와요.

초반엔 썰물이었는데 막바지에 가면 밀물이에요. 모래사장 쪽으로 바닷물이 성큼 밀려왔어요. 신나게 바닷속을 헤엄치는 사람들에 이어 첫 장에서 독서를 즐겼던 여성이 나와요. 자세히 보니 흰색 가방을 메고, 가볍게 걸칠 옷도 들고 있어요. 바닷속 사람들은 잠수를 하고 자유형을 하고 다이빙을 하고 배영도 해요.

이제 보니 모두가 이 책 속 주인공이에요. 저마다 물에 두둥실 뜬 모습을 보니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에요. 돌고래 떼가 몰려와 춤을 추다 서서히 물러가는 것으로 그림책은 끝나요. 글이 없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감정이 직접 표현되지 않지만, 그림을 통해 그들의 즐거움과 여유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읽을 때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겠죠.

가장 인상적인 건 파도가 일렁이면서 점점 힘 있게 밀려오는 장면이에요. 물결 높이에 주목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조금씩 일렁이다가 끝내 차오르는 바다 물결의 아름다운 리듬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방법으로도 읽어 보세요. 귀엽게도 책 뒤표지에 있는 바코드도 물고기 모양이니 실물 책을 보게 된다면 한번 찾아보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