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하면… 고지대 집값 올라 기존 주민들 밀려나요

입력 : 2023.08.03 03:30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해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이 보여요. /EPA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해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이 보여요. /EPA 연합뉴스
Q. 미국 마이애미에선 최근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 뭔가요?

A.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은 기후 변화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해요. 먼저 젠트리피케이션이 뭔지 알아야겠네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안에서 낡고 오래된 지역이 경제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집값과 임차료가 높아지고, 원래 살고 있던 저소득층 주민이 터전에서 밀려나는 현상이에요.

서울 종로구 서촌과 북촌 일대, 성동구 성수동, 마포구 홍대 근처, 강남구 가로수길, 용산구 경리단길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대표적 지역입니다. 서촌은 원래 조용한 주택가였는데, 2012년 무렵부터 동네 한쪽에 예술가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개성 있고 독특한 갤러리, 카페와 공방 등이 생겼죠.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지자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과 임차료가 올랐어요. 그러자 이전부터 살던 주민들과 새롭게 자리 잡은 예술가들이 임차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생겼어요. 그런데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이 기후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올해 7월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달이라고 해요. "이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화(boiling) 시대가 왔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어요.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만큼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어요.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가 지역은 물에 잠길 위험이 커집니다. 해안가에 살던 사람들은 침수 위험을 피해 고지대로 이사를 하려 하겠죠. 이런 일이 미국 마이애미에선 이미 일어나고 있어요.

미국 플로리다주 남쪽 마이애미시 해안가에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통유리로 바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영화에 나오는 대저택을 상상하면 될 거예요. 그런데 최근 바다를 볼 수 있는, 풍경이 좋은 해안가 집보다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집 가격이 더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해수면 상승이 바닷가 주거지의 침수 위험을 높여 부유층이 안전한 고지대로 이주하면서 기존 주민들이 밀려나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난 거죠.

'물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황도 비슷해요. 베네치아는 지반이 단단하지 않아 나무 기둥을 깊이 박고 그 위에 대리석을 깔아 도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최근 폭우와 홍수가 잦아지면서 도시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합니다. 주택의 기초 토대를 2~3m 정도 높이거나 집 주위에 방수벽을 설치하면 비가 많이 와도 침수 위험을 줄일 수 있대요. 실제로 베네치아 여러 집에서 이런 공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공사를 하려면 적잖은 돈이 들겠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베네치아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해요.

마이애미와 베네치아의 상황은 모두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후 변화가 우리 주거 환경과 주거 비용에 영향을 미쳐 결국 살던 곳을 떠나게 하는 것이죠. 지난해 여름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침수된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 아닐까요?

김나영 양정중 사회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