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캥거루처럼 주머니서 새끼 키워요… 입 쩍 벌린 모습 때문에 '악마' 별명

입력 : 2023.08.02 03:30

태즈메이니아데블

태즈메이니아데블은 몸길이가 83㎝까지 자라고, 온몸이 검은 털로 덮여 있어요. /호주박물관
태즈메이니아데블은 몸길이가 83㎝까지 자라고, 온몸이 검은 털로 덮여 있어요. /호주박물관
호주 토종 동물인 태즈메이니아데블이 몇 년 전부터 얼굴에 종양이 생기는 무서운 전염병에 걸려 잇따라 죽고 있대요. 최근 이 병의 백신을 개발해 임상 시험에 들어간대요. 호주인들이 직접 백신을 만들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이 동물은 호주 남동쪽 끝 태즈메이니아섬에서만 살고 있는 유대류랍니다. 유대류는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아주 조그마한 새끼를 낳은 다음 육아 주머니에서 키우는 포유동물을 말해요. 태즈메이니아데블은 유대류 중에서 드물게 직접 사냥하는 육식성입니다.

다 자란 몸길이는 최장 83㎝이고, 꼬리 길이는 최장 30㎝이에요. 온몸이 검은 털로 덮여 있는데 가슴이나 엉덩이에 부분적으로 흰 털이 돋아있어요. 이름을 그대로 뜻풀이하면 '태즈메이니아섬에 사는 악마'라는 뜻이죠. 이렇게 기분 나쁜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이 있어요. 오래전 유럽인들이 태즈메이니아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하는 이상한 짐승 울음소리를 듣고 정체를 파악하러 숲속으로 들어갔대요.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가 보니 개와 비슷한 생김새에 귀가 빨간 동물이 입을 쩍 벌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대요. 이 모습이 너무 섬뜩해 '악마'라는 이름을 붙였대요.

사실 태즈메이니아데블이 입을 벌리는 건 겁먹었을 때 하는 행동이래요. 원래는 호주 본토에서도 살았는데, 기후가 건조해지고 다른 포식자들에게 쫓기면서 3000년쯤 자취를 감추고 태즈메이니아섬에서만 살게 됐대요. 태즈메이니아데블은 딱딱한 뼈나 질긴 털가죽도 먹어 치울 만큼 이빨과 뼈가 아주 튼튼해요. 즐겨 먹는 먹이는 같은 유대류인 왈라비·주머니쥐·웜뱃 등이고요. 그 밖에 새나 개구리, 심지어는 짐승 사체도 먹는대요. 사람이 키우는 양을 공격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이 퇴치 목적으로 놓은 덫이나 독을 묻힌 고기에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태즈메이니아데블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과정은 다른 유대류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답니다. 우선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는 새빨간 미숙아로 태어나 어미 육아 주머니 속에서 자란다는 점은 비슷하죠. 그런데 캥거루나 코알라 등이 보통 한두 마리 정도만 출산하는 것과 달리 태즈메이니아데블은 많게는 40마리까지 낳아요. 새끼들은 쌀알만큼 작죠. 이렇게 태어난 새끼 대부분은 일찌감치 목숨을 잃는답니다. 어미의 육아 주머니에는 젖꼭지가 넷밖에 없거든요.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형제자매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요. 그중 가장 힘세고 건강한 녀석이 최다 네 마리 살아남죠.

생존의 첫 관문을 뚫은 새끼들은 육아 주머니에서 넉 달 정도 지낸 다음 바깥나들이를 시작한대요. 생후 열 달 정도면 어미에게서 독립하고요. 태즈메이니아데블은 으르렁거리거나 깩깩거리는 등 정말 다양한 울음소리를 내요. 이렇게 활발하게 의사소통해서 먹잇감을 두고 자기들끼리 싸워 해를 입는 일을 줄일 수 있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