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인도 '차투랑가'서 시작… 중동 거쳐 유럽으로 왔죠

입력 : 2023.08.01 03:30

체스
체스

기원전 6~7세기쯤 사산 왕조 페르시아에서 체스 기물로 썼으리라 추정하는 작은 코끼리 조형물(왼쪽)과 1800년대 인도에서 제작한 체스판과 기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기원전 6~7세기쯤 사산 왕조 페르시아에서 체스 기물로 썼으리라 추정하는 작은 코끼리 조형물(왼쪽)과 1800년대 인도에서 제작한 체스판과 기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란의 여성 체스 선수 사라 카뎀이 최근 스페인 시민권을 받았다고 해요. 카뎀은 국제 체스 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어요. 이 때문에 정부의 보복을 받을까 두려워 귀국하지 않았고, 스페인 정부는 카뎀의 사정을 고려해 시민권을 부여했죠. 흑(黑)과 백(白) 양 진영이 64칸짜리 체스 보드 위에서 규칙에 따라 움직이며 승패를 겨루는 보드게임 체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체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인도 기원설이에요. 고대 인도의 '차투랑가'라는 게임을 체스의 기원으로 봅니다. 차투랑가는 체스와 비슷하게 두 팀으로 나눠서 기물(체스에서 킹, 퀸, 룩, 나이트, 비숍, 폰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움직이는 게임이에요. 당시 기물은 국왕과 재상, 코끼리병, 기마병, 전차병, 보병으로 구성돼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현대 체스와 비슷합니다. 기물을 움직이는 행마법(行馬法) 역시 대부분 현대 체스와 비슷한데, 코끼리병은 비숍과 달리 대각선으로 두 칸만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차투랑가는 이후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 중동 지역으로 전파됐어요. 중동에서는 차투랑가를 변형해 새로운 놀이인 '샤트란지(shatranj)'를 개발했고 이것이 나중에 유럽에 전해집니다. 샤트란지에서는 왕을 제외한 상대쪽 기물을 다 잡거나 상대쪽 왕을 포위해 잡힐 것이 확실한 상황을 만드는 쪽이 이겼어요. 이 상황을 '샤마트(Shah Mat)'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나중에 현대 체스에서 쓰이는 '체크메이트'가 됐다고 해요.

이후 이슬람 문명권이 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를 장악하고, 발칸 반도의 비잔티움 제국과 교류하면서 샤트란지가 유럽으로 전해져 오늘날 체스로 발전합니다. 유럽 상황에 맞춰 체스 기물에도 약간 변화가 나타났는데, 코끼리는 주교(비숍)로, 재상은 성별을 바꿔 여왕(퀸)으로 바뀝니다. 또 15세기쯤 행마법에 다시 한번 큰 변화가 생겨요. 비숍은 가로막는 기물이 없다면 대각선 방향으로 무제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기물은 퀸입니다. 여덟 방향을 무제한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기물이 되죠. 이 규칙을 적용하면 체스를 훨씬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어, 게임 시간이 늘어져 장기전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그래서 새로 바뀐 퀸 규칙이 종전 방식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