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마이어가 찍은 뉴욕 거리와 사람들… 사진 보며 상상력 더해 쓰고 그렸죠

입력 : 2023.07.31 03:30
[재밌다, 이 책!] 마이어가 찍은 뉴욕 거리와 사람들… 사진 보며 상상력 더해 쓰고 그렸죠
비비안 마이어: 거울의 표면에서

파울리나 스푸체스 지음 | 박재연 옮김 | 출판사 바람북스 | 가격 2만7800원

예술과 삶, 자아 탐구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에요. 그래픽 노블은 소설과 만화를 결합한 장르예요. 흥미 위주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게 특징이에요.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실제 사진에 저자가 사진 너머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그리고 썼어요.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전기(傳記)이자 허구를 가미한 소설이며,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저자의 힘찬 글이 비비안 마이어의 카메라와 만나 눈부시게 재탄생했죠.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속 숨겨진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으로 표현돼 있어요.

1926년생 비비안 마이어는 40여 년간 보모·간병인으로 일했어요. 유산으로 받은 집을 팔아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카메라를 산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을 대략 15만장 남겼어요. 살아 있는 동안 그 많은 사진 중 단 한 장도 발표한 적이 없었죠. 2009년 비비안 마이어 사망 후에야 창고에서 이 사진을 발견했어요. 미국에서는 창고비를 내는 사람이 없으면 개방해 다른 사람에게 그 안에 있는 물건을 팔거든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져 나가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비비안 마이어는 연출 없이, 뉴욕 거리를 지나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해 사진으로 남겼어요. 실제 거리 풍경을 찍는 사진가라는 뜻에서 '스트리트(street) 사진가'라 불러요. 뉴욕 사람들과 거리를 담아낸 사진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남겨서 '20세기 뉴욕의 변천사를 보려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거울 셀카'를 처음 찍은 사람이 비비안 마이어이기도 해요. 비비안 마이어는 자주 거울을 활용해 셀피(selfie·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를 찍었어요. 이 책 제목인 '비비안 마이어: 거울의 표면에서'와도 연결되죠. '거울'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과 그녀의 삶을 의미해요. 무언가를 비추는 거울처럼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그녀의 주관과 감정, 세계에 대한 시선을 반영해 그녀 자신과 주변을 비추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예술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탐구해보는 경험을 상징하기도 해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우리 내면을 살펴보게 하고, 예술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비추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이 책은 미술관처럼 읽는 이에게 예술적인 경험을 제공해요. 마치 전시를 보는 것처럼요. 이 책을 읽으며 마이어가 찍은 실제 사진과 그림으로 구현된 사진을 비교해 보세요. 자신만의 관점으로 예술을 해석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 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