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매일 아침 버스 같이 타준 아이들 덕분에 15년간 무사히 출근한 시각 장애인 실화

입력 : 2023.07.27 03:30
[재밌다, 이 책!] 매일 아침 버스 같이 타준 아이들 덕분에 15년간 무사히 출근한 시각 장애인 실화
버스가 왔어요

유미무라 키키 글 | 마쓰모토 하루노 그림 | 황진희 옮김 | 출판사 노란돼지 | 가격 1만6000원


2021년 1월 2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사가 한 편 실려요. 야마자키 히로타카(58)씨는 난치병으로 시력을 잃은 후, 15년 가까이 인근 초등학생들 도움을 받아 버스로 출퇴근했어요.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이 한 여자아이가 베푼 친절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유미무라 키키 작가는 이 사연을 읽고 호기심을 느껴요. 몇 달 후 주인공들을 만나러 갑니다. 작가는 이 사연을 담아 그림책을 펴내기로 결심해요.

"나는 앞을 볼 수 없어요. 젊었을 때 눈에 병이 생겼거든요." 야마자키씨의 상황을 알려 주는 첫 문장이에요. 야마자키씨는 그래도 일은 계속하고 싶었다고 해요. 첫 2년은 직장이 있는 시청에 가느라 가족 도움을 받았지만, 계속 가족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고 마음먹어요. 그래서 1년 동안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한 뒤 버스로 혼자 출근해보기로 하죠. 야마자키씨는 버스 정류장까지 갔지만 버스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데다, 혼자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을지 늘 불안했어요. 종종 버스가 온 줄 몰라 놓치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작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어 "버스가 왔어요"라고 말해주네요. 동시에 야마자키씨는 허리춤에서 자그마한 손길을 느껴요. "이쪽이 계단이에요." 아이는 그를 버스 출입문으로 이끌어요. 버스에 올라탄 뒤 아이는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어요. "자리 좀 양보해주실래요?" 그러자 누군가 자리를 양보했고 야마자키씨는 앉아서 갈 수 있었어요. 두 사람은 버스에서 이야기를 나눠요. 아이는 와카야마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해요. 둘은 시청 앞에서 함께 내려요. 정류장에서 학교는 반대 방향이지만 아이는 그를 건널목까지 안내하고는 학교에 갑니다. 다음 날 아침, 버스 정류장이에요. 어제와 똑같은 목소리가 들리네요. 아이 이름은 사키예요. 사키는 전날과 똑같이 야마자키씨가 버스 타는 것을 도와요.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두 사람은 매일 아침 함께 버스를 탔어요.

그러던 어느 해 4월이었어요. 여느 때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왔어요" 하는 말이 들려요. 그런데 사키 목소리 같지 않네요. "사키?" 하고 묻자, "아니요. 저는 미나예요. 언니는 졸업하고 중학생이 됐어요. 오늘부터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날 이후로 사키의 동생 미나와 유아, 그리고 유아의 친구들까지 여러 친구가 야마자키씨를 도와요. 사키가 시작한 '버스가 왔어요'는 야마자키씨가 퇴직할 때까지 15년 이상 이어졌어요. 야마자키씨는 작가와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배려 덕분에 절망에서 빠져나와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어요. 순수한 아이들의 다정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감동적 실화를 담은 그림책이에요.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