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과학서와 수필 장르 넘나들며 인생 의미 무엇인지 고민해요
입력 : 2023.07.24 03:30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 하면 '바다', '바다' 하면 '물고기'가 떠오르지요. 그런데 이 책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요. 멀쩡히 존재하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 책의 저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이 책은 자연과학서입니다. 과학 전문 기자가 썼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자연과학서는 아니에요. 에세이와 전기(傳記), 과학서와 철학서, 회고록이 섞여 있어요. 그래서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대체 이게 무슨 책이야?' 하고 책장 넘기는 걸 포기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야 해요. 초반부나 중반부까지만 읽으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완전히 잘못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책의 초반부, 저자는 일곱 살 때 일화를 이야기해요. 생화학자인 아버지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물었대요. 일곱 살에 삶의 의미를 고민하다니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의 표본이죠? 그런데 아버지가 아주 놀라운 답을 해요. 의미는 없다는 거죠. 이 대답을 듣고 저자는 충격에 휩싸여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왜 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자는 어둠의 유년기를 보내게 돼요.
그러다 우연히 스탠퍼드대 초대 학장이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의 이야기를 듣게 돼요. 조던이 발견해서 직접 이름 붙인 물고기 수가 당시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거의 5분의 1에 달했다고 해요. 저자는 인생에 의미 같은 건 없고, 인생은 혼돈뿐이라고 한 아버지와 달리, 조던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저자는 그에게 푹 빠지죠.
저자가 특히 주목했던 건 삶에 대한 조던의 태도입니다. 1000여 개에 달하는 조던의 표본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다 불타고 말아요. 그럼에도 조던은 굴하지 않아요. 물고기 표본 잔해를 하나하나 찾아 그 잔해를 직접 바늘로 꿰매가며 이름을 새겼어요.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나서는 그를 롤모델로 삼아 저자는 다시 의욕적으로 살아가요.
하지만 저자는 조던에게 집착할수록 그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요. 조던이 살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게다가 조던이 우생학(인간의 유전 형질 중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제거해 인간 종족을 개량하고자 하는 학문)을 신봉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인생에서 '제2의 아버지'로 삼았던 조던마저 저자를 혼돈에 빠뜨린 거예요. 이러한 혼돈은 장르를 넘나드는 이 책의 구성 방식에 잘 드러나 있어요. 특히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이 책의 주제라 할 만한 반전이 다시 한번 등장해요. 저자가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지, 책 속 마지막 반전은 무엇인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