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마구 쓰고 버리는 칫솔·옷·장난감에서 미세 플라스틱 나와 우리 몸속에 쌓여요
입력 : 2023.07.20 03:30
미세미세한 맛 플라수프
책장을 펼치자 한 아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목청껏 울고 있어요. 왜 울고 있을까요? 손에 든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가 빠졌네요. 엄마는 그만 울라며 이렇게 말해요. "울지 마! 망가졌으면 또 사면 되는데 왜 울어?" 페이지를 넘기자 플라스틱으로 만든 온갖 종류의 물건이 화면 가득 등장해요. 나일론과 아크릴,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점퍼, 면도기, 칫솔, 스웨터, 스타킹, 수영복, 속옷, 샴푸통….
한 페이지를 더 넘겨도 플라스틱 제품이 계속 등장해요.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오네요. "플라스틱 천국엔 없는 게 없거든." "블링블링 값싸고 예쁘고 편리한 물건이 수두룩 빽빽. 폴리가 갖고 싶다면 뭐든지 다 사 줄게." 그러자 주인공 아이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나 봐요. 새 장난감 자동차를 위로 번쩍 들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외쳐요. "이야, 신난다! 놀다가 망가지면 휙! 쓰다가 싫증 나면 픽."
집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쓰다 버린 플라스틱이 거리에 나뒹굴고 있네요. 쓰레기에서 플라스틱이 아주 작게 분해돼 빗물에 쓸려가요. 신나게 놀고 난 아이가 샤워하려 하자 알록달록한 알갱이가 물에 섞여 나와요. 세탁기 안에 들어 있는 옷에서도 플라스틱 알갱이가 떨어져 나와요.
도시에 있는 하수구에선 플라스틱 조각이 끝없이 떠다녀요. "모여라 모여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작디작은 알갱이들아, 하수도와 비를 타고 졸졸졸 세상 구경 가 볼까?"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알갱이를 향해 누군가 경쾌하고 발랄하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아요. 글씨도 알록달록해요. 예쁜 색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이 풍경이 더는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아요. 왠지 모르게 무섭네요.
페이지를 넘기자 거대한 대륙과 닿은 바다가 보여요. 바닷속엔 수많은 물고기가 떼 지어 헤엄치고 있어요. 그런데 넓디넓은 바다에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알갱이가 한가득 퍼지고 있어요. 작은 물고기들이 플라스틱 알갱이를 먹이처럼 먹어요. 큰 물고기는 이 작은 물고기를 먹지요. 큰 물고기가 어부의 그물에 걸려 식탁에 올라왔어요. 플라스틱 알갱이를 몸에 가득 품고요. 장난감이 망가졌다며 울다가 새 장난감을 사고 좋아했던 주인공 아이가 이 물고기를 먹어요.
이번엔 아이의 몸 속이에요. 플라스틱 알갱이가 온몸으로 퍼지고 있어요. 아이 몸에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아이 모습이 조금씩 달라져요. 그러다 결국 '레고 인간'이 됐어요. 그러자 엄마가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한 '플라수프'를 끓여주시네요.
이 책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반어법을 사용해 독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요. 싸고 예쁘지만, 몸에는 위험할 수 있는 플라스틱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