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친구와 싸우고 멀어져 '틈' 생길 때 먼저 손 내밀어 화해하는 힘 키워요

입력 : 2023.07.13 03:30
[재밌다, 이 책!] 친구와 싸우고 멀어져 '틈' 생길 때 먼저 손 내밀어 화해하는 힘 키워요
작은 틈 이야기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김하늬 옮김|출판사 봄봄출판사|가격 1만3000원


책 표지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요. 구멍 안쪽에는 붉고 커다란 잎사귀를 가진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어요. 나무를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아요.

책장을 넘기면 그 붉은 나무가 묘목이던 시절 모습이 작게 그려져 있어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나 봐요. 책에는 나무의 기둥 모양 그대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바로 뒷장에선 똑같은 그 구멍이 '틈'처럼 보이네요. 캄캄한 밤이에요. 이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두 아이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데요, 표정이 좋지 않아요. 여기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작은 틈에서 시작되지. 우리가 소리치거나 투덕거릴 때.' 옆 페이지에도 역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구멍은 다시 나무의 기둥이 되어 있습니다. 환한 낮이 됐고, 마주 보는 두 친구의 표정도 환하게 밝아졌네요.

이 책은 모든 페이지의 같은 위치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멍의 크기가 계속 커집니다. 나무가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림의 분위기도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돼요. 같은 구멍이 오른쪽 페이지에선 '나무'로 보이고, 왼쪽 페이지에선 '틈'으로 보이거든요. 구멍이 나무일 때 아이들은 서로 마주 보며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지만, 틈일 때는 서로 등을 돌리고 있거나 험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심지어는 뒤엉켜 싸우기도 해요.

책장을 펼쳤을 때 좌우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각각 반대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요. 가령 왼편에 '속상할 때면 따뜻한 말이 잘 나오지 않아.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해'라고 적혀 있으면, 오른편에는 '다정한 말과 행동은 하루 종일 기분을 좋아지게 해. 항상 먼저 다가가면 친구와 멀어지는 일도 없을 거야'라고 적혀 있어요. 페이지마다 왼편에선 아이들에게 발생한 문제를 보여 주고, 오른편에선 그 문제의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붉은 나무는 계속 커져요. 책 후반부에는 줄기와 잎이 아주 무성해졌어요. 나무의 기둥이 있는 구멍이 커지는 바람에 뒷면의 틈도 덩달아 엄청나게 커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봐, 여기 너무 큰 틈이 생겨 버렸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매우 능동적인 태도로 바뀌었어요. 이런 변화와 성장은 나무가 자라는 동안 틈을 메우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일 거예요.

"서로의 손이 닿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렇게 소망하며 아이들은 큰 틈을 둘러싸 붉고 거대한 나무를 키워내고 있어요.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나무에는 구멍 대신 이런 문장이 적혀 있어요. '먼저 다가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그래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긴 그 어떤 틈도 메울 수 있는 해결책은 바로 이거였어요.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세상을 지키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