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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인두겁'과 '붓두껍'

입력 : 2023.07.12 03:30
[303] '인두겁'과 '붓두껍'
* "(인두겁, 인두껍)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 붓의 구조는 크게 붓대 부분인 필관(筆管)과 붓촉인 초가리, 그리고 (붓두겁, 붓두껍, 붓뚜껑),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위 문장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인두겁'과 '붓두껍'입니다. '인(人)두겁'은 사람의 형상이나 탈을 뜻하는 말이에요. '인두껍'은 전남 지역에서 쓰는 방언이고, 북한에서는 '인(人)골'이라 합니다. '인두겁을 쓰다(뒤집어쓰다)'는 행실이나 바탕이 사람답지 못함을 이르는 관용구입니다. 참고로 '두겁'은 '뚜껑'과 비슷한 말로 '가늘고 긴 물건의 끝에 씌우는 물건'을 이르며, '두껍'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붓두껍'은 붓대보다 조금 굵은 대나 얇은 쇠붙이로 만든 것으로 붓촉에 끼워 두는 뚜껑을 뜻하는 말입니다. '붓두껍'이 '붓'과 '두껍'이 합해진 말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두껍'이라는 말은 없어요. 즉 '붓의 두겁'인 '붓두겁'은 '붓두껍'의 옛말이고, '뚜껑'이라는 기능에 주목해 '붓뚜껑'이라 표기하는 것도 잘못이랍니다.

<예문>

­ㅡ가족처럼 보살펴준 이웃들에게 추악한 꼴을 보인다는 건 인두겁을 쓰고 못할 짓이다.

­ㅡ고려 말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몰래 숨겨 들여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류덕엽 교육학박사·전 서울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