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남작 작위까지 받은 영국 건축 거장… 애플파크·홍콩 HSBC 사옥 지었죠

입력 : 2023.07.11 03:30

노먼 포스터

/포스터앤드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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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는 5월 10일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1935~·사진)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요. 2200㎡ 규모 전시관을 통째로 쓰는 이번 전시는 포스터의 건축 세계를 다룬 역대 최대 규모 전시라고 해요.

포스터는 영국 맨체스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페인트공이었고 어머니는 빵 가게에서 일했죠. 포스터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항공기가 좋아 공군에 입대했어요. 전역 후 맨체스터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장학금을 받아 건축 명문인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학위를 땁니다. 이후 포스터는 20세기를 풍미한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 주자가 돼요. 하이테크 건축은 첨단 기술을 건축에 적용해 형태와 기능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에요. 구조와 설비를 외부로 드러내 기계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알루미늄·강철·유리·콘크리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포스터는 단순하고 세련된 형태를 갖추면서 최신 공학을 활용해 구조를 갖추고 재료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건축을 추구하죠.

포스터의 초기 대표작은 1975년 완공한 영국 윌리스 빌딩입니다. 보험 회사를 위한 사무 건물인데요. 구불구불한 외형을 갖춘 이 건물은 굉장히 파격적이었어요. 1층에는 직원을 위한 부대 시설과 수영장이 있고, 에스컬레이터로 2층과 3층에 도착하면 바로 확 트인 사무실이 나타나죠. 개인용 방을 모두 없애 열린 사무 공간을 만들었어요. 4층에는 넓은 정원이 있고, 사무실 내부로는 햇빛이 쏟아지죠. 건물 외벽은 착색 반사 유리로 마감해 낮에는 오래된 거리 풍경을 반사하고, 밤에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준공 16년 만인 1991년 역대 최단기로 '건물을 변형하지 않고 보존한다'는 의미의 1등급 등록 건축물이 됐어요.

포스터가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계기는 1986년 완공한 홍콩 HSBC 본사 사옥입니다. 건물 1층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두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또 거대한 기둥 8개를 동서로 2개씩 네 줄로 배치한 후 두 기둥을 연결해 마치 건물을 위로 잡아 들어 올리는 느낌으로 지었습니다. 보통 중앙에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은 기둥 바깥으로 뺐어요. 30여년 전 건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래적이죠.

이후 포스터는 연이어 성공을 거둡니다. 1990년 독일 통일 후 국회의사당을 개보수하는 작업에서는 의사당 맨 꼭대기에 있는 돔을 유리로 만들어 시민들이 아래에 있는 국회 회의장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습니다. 국회의원을 감시하며 국민의 발 아래 둔다는 민주주의 개념을 구현한 거죠.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의 작업은 2017년 문을 연 애플 신사옥 '애플파크'일 거예요. 거대한 도넛 모양의 애플파크는 깐깐한 스티브 잡스가 포스터를 콕 집어 설계를 부탁했죠. 현재 전 세계 주요 애플스토어 디자인도 포스터의 회사가 맡고 있습니다. 포스터는 '건축계 그랜드슬램'이라고 하는 프리츠커 건축상, AIA 금메달, RIBA 금메달을 모두 받았어요. 남작이라는 귀족 작위도 받았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