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우리 삶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거예요

입력 : 2023.07.10 03:30
[재밌다, 이 책!]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우리 삶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거예요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드 드빌레르 지음 | 이주영 옮김 | 출판사 피카 | 가격 1만6800원

곧 여름방학이에요. '여름' 하면 바다가 떠오르지요. 이 책은 바다를 소재로 한 에세이입니다. 바다에 관한 철학이 담겨 있어요. 단순히 바다를 구경하는 것을 넘어 바다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줘요. 방학을 맞아 바다로 여행을 떠날 때 챙겨 가면 좋아요.

저자는 바다의 신비로움과 그 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깊은 교훈에 대해 이야기해요. 저자의 메시지는 바다의 푸른 물결처럼 가볍고도 무거워요. 이 책처럼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글을 '아포리즘(aphorism)'이라고 불러요. 이런 아포리즘은 읽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문장의 무게가 달라져요.

이 책을 쓴 로랑스 드빌레르는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고 말하는 프랑스의 철학 교수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이에요. 철학이 우리를 이롭게 한다고요. 로랑스 드빌레르는 오래전부터 바다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도, 때에 맞춰 밀려오고 물러나는 밀물과 썰물 등 바다의 생태는 자연 중에서도 우리 삶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이유에서죠. 저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는 바다처럼 삶도 그렇게 물결치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거라고 말해요.

'빙하'라는 챕터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우리는 살면서 성공을 기뻐하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도 묵묵히 가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움직일 수 없거나 역경이 닥쳐도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행동을 이해하기도 한다. 만약 지금 삶에서 커다란 빙하가 가로막고 있다면 당신은 성숙해질 기회를 만난 것이다. 혹독한 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 마찬가지다. (중략)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말자. 겨울나기는 여전히 거친 항해와 같지만, 실패해도 우리는 나답게 살 수 있다.'

이 책은 굳건한 내면을 기를 수 있는 철학적인 사고를 유도해요. 바다와 바다를 둘러싼 생태계, 신화, 다양한 문학 작품 등을 다루죠. 이를 통해 무한한 신비로움을 가진 바다와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 삶에 대해 질문을 제기해요. 이 책에서 바다는 어려운 시련을 견디는 힘을 상징하기도 해요. 따라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인내의 미덕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이 책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깊이 생각하는 법과 함께 상상력과 언어 능력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