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작은 종 모양의 분홍색 꽃… 줄기 껍질은 옷 만들 때도 쓴대요
입력 : 2023.07.03 03:30
개정향풀
- ▲ 6~7월쯤 피는 개정향풀 꽃의 모습. 바람에 실려 오는 향이 좋은 향수를 뿌린 것처럼 향기로워요. /국립생물자원관
개정향풀은 협죽도과(科)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줄기와 잎을 자르면 하얀 유액(乳液)이 나와요.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나무처럼 단단해져요. 줄기는 높이 40~120㎝로 자라며, 털이 없고 흰색이 도는 자주색이에요. 잎은 대부분 마주나고, 길이 2.5~5.5㎝의 피침 모양 또는 좁은 타원 모양이에요. 끝부분에는 잎맥이 연장된 돌기가 있어요.
꽃은 6~7월에 줄기 끝에서 고깔 모양으로 여럿이 모여 피어요. 꽃 피는 기간이 긴 편이라 8월까지도 분홍색의 작은 종 모양 꽃을 볼 수 있죠. 꽃은 꽃부리 밑부분이 5㎜ 정도로 짧고, 윗부분은 5개로 얕게 갈라지며 뒤로 살짝 젖혀져 있어요. 개정향풀 꽃은 작은 분홍색 꽃이라고만 표현하기 아쉬울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죠. 맑은 느낌의 분홍색 바탕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는 꽃이 참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향기도 정말 좋아요. 꽃이 한창 필 때 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향기는 좋은 향수를 뿌린 것 같아요. 열매는 길이 10㎝ 정도로 가늘고 긴 원통 모양으로 보통 2개씩 달려요. 가을에 잘 익은 열매가 갈라지고, 머리카락 같은 가늘고 긴 흰색 털이 달린 씨앗이 바람에 날려요.
개정향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온대 지역 강가·해안·모래땅 등에서 주로 자라요. 중국 등 외국에서는 생태적·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용한 식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식물은 예부터 '나포마(羅布麻)'라고 해서 심장병·고혈압·신경쇠약 등에 효과가 있는 한약재로 쓰였어요. 잎은 염증·우울증·불안증 등에 효과가 좋은 차로 유명해요. 줄기 껍질은 '야생 섬유의 왕' 소리를 들으며 항균성이 있어 의류 산업에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요. 이뿐 아니라 염분이 많은 건조 지역 토양 등 불모지 복원에도 아주 적합해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식물이죠.
개정향풀은 우리 곁에서 90여 년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못 알아본 것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같은 길을 걸어도 알아보는 식물이 서로 다른 것처럼요. 주변 식물들이 무관심으로 사라지기 전에 잘 보전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관심을 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