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미켈란젤로는 왜 4년이나 천장화 그렸나" 퀴즈 풀며 명화 속 숨은 이야기 찾아봐요
입력 : 2023.06.29 03:30
아는 만큼 보이는 세계 명화
아주 잘 그린 미술 작품,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작가 이름이나 제목 등을 기억하는 유명한 그림을 명화(名畫)라고 해요. 그런데 명화에는 특별한 조건이나 기준이 없어요. 그저 다른 이들이 명화라고 하면, '명화구나'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럴까요. 남들은 대단한 작품이라지만 그 매력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까이하기는 어렵죠.
기자 출신 작가가 쓴 이 책은 아이들이 미술 작품에 궁금증을 갖도록 퀴즈 형식으로 구성했어요. 가령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4년이나 그렸어.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하고 물어요. 그러곤 '어마어마하게 넓은 천장에 혼자 그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요. 여기까진 조금 뻔하다 싶지만, 뒤로 이어지는 설명이 흥미로워요. 미켈란젤로는 천장화를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렸어요. 벽에 석회 반죽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에요. 벽과 그림이 같이 마르기 때문에 오래 보존되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석회 반죽이 마르기 전 그 위에 얼른 그림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한 번에 조금씩밖에 작업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천장을 혼자 작업했으니까 시간이 오래 걸릴 만도 했어요.
이 책이 전해주는 미켈란젤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천장화 그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해요. 천장화를 그리려면 높은 천장에 가깝게 받침대를 세우고 올라가 고개를 뒤를 젖히고 그림을 그려야 했어요. 무려 4년 넘게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는 나중에는 서서 편지를 읽을 때도 고개를 뒤로 젖혔다고 해요. 피부병도 앓았는데, 천장에서 마르지 않은 물감이 얼굴에 흘러내린 탓이라고 해요.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면 작품 '아담의 창조'를 볼 때마다 미켈란젤로가 흘린 땀과 눈물을 함께 떠올릴 수 있겠어요.
'안녕하세요, 쿠르베씨'라는 그림을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에요. 쿠르베는 19세기 사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예요. 같은 시대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을 그림에 담았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그림에는 모두 세 사람이 등장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조금 이상해요. 근사한 귀족 옷차림에 시종까지 거느린 사람은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데, 그와 마주 선 사람은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턱을 쳐들고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있거든요. 책은 친절하게 궁금증을 풀어줘요. 쿠르베는 화가로서 자존심이 남달리 강했다고 해요. 경제적 후원자 앞에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았대요. 쿠르베는 이 그림에 '천재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부자'라는 부제목까지 달아놓았다네요. 그림 속 옷차림이 허름한 인물은 바로 쿠르베 자신이었던 거예요. 이처럼 이 책은 명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우리를 더 풍부한 예술 세계로 안내하는 미술 입문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