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엄마·아빠 덕분에 세상에 나온 우리… 수많은 사랑으로 태어난 행운아예요

입력 : 2023.06.22 03:30

신비한 만남

[재밌다, 이 책!] 엄마·아빠 덕분에 세상에 나온 우리… 수많은 사랑으로 태어난 행운아예요
상드렝 보 글·마리옹 아르보나 그림 | 신유나 옮김 | 출판사 옐로스톤 | 가격 1만3000원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겠지요. 아빠가 세상에 태어난 것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엄마와 아빠만 그렇겠어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모두 그분들의 부모님이 만나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겠지요. 그러고 보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이 사랑에 빠졌던 걸까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만남과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원하는 만큼 얼굴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내가 바라는 만큼 운동을 잘하거나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해서 자신을 하찮게 여겨선 안 되겠지요.

책은 엄마와 아빠의 우연한 만남과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들려줘요. "엄마가 그 문을 탁 밀지 않았다면, 아빠가 그 문 뒤에 딱 있지 않았다면…." 처음 만나는 순간인가 봐요. 그리고 곧장 엄마와 아빠는 사랑에 빠졌나 봐요. 작가는 이 순간을 아주 재미있게 표현합니다. "그때 엄마의 눈이 뿅 하지 않았다면…" "그때 아빠의 심장이 쿵 하지 않았다면…." 그러게 말이에요. 두 분이 서로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네요. 내가 세상에 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나서도 내가 태어나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이 있었어요. "둘이서 산책할 때 엄마가 아빠의 손을 잡지 않았다면…" "아빠가 우산 아래서 용기 내어 엄마에게 뽀뽀하지 않았다면…." 엄마와 아빠의 낭만적인 시간이 시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돼 있어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깊어갈수록 나뭇잎과 꽃들이 우거지면서 책 초반에 여백이 많았던 그림이 점점 채워집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온갖 화려한 꽃과 풀과 나뭇잎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어요. 생명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환상적인 장면이에요.

엄마와 아빠의 로맨틱한 시간을 지나 이제 장면은 엄마 몸속으로 바뀝니다. "엄마의 아기씨가 그 시간 딱 맞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빠의 아기씨가 다른 애들에 앞서서 쓩 뛰어나가지 않았다면…." 엄마의 몸속인 만큼 그림은 붉은색으로 가득해요. 정자가 난자 속으로 들어가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도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요. 벅차고 감동적이에요. 시간이 흘렀나 봐요. 다시 엄마의 몸 밖으로 나와요.

커다란 손거울에 '내 사진'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어요. 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의 사진을 여기 붙이라는 뜻이네요. 그렇군요! 지금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였어요. "그러니까 너는 이렇게 생각해야 해. 난 정말 대단한 행운아라고." 작가가 적어 놓은 마지막 문장이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어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