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전 세계서 가장 많이 읽히고 팔린 철학 책… 플라톤부터 실존주의까지 이야기 담았죠
입력 : 2023.06.20 03:30
소피의 세계
- ▲ ‘소피의 세계’ 노르웨이 초판. /위키피디아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1952~)가 1991년 발표한 '소피의 세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팔린 철학 책이에요.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소피의 세계'는 60여 가지 언어로 번역됐고, 4000만부 이상 판매됐어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노르웨이 한 작은 마을에 사는 14세 소피 아문센은 어느 날 우표도 붙어 있지 않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아요. 작은 쪽지에는 "너는 누구니?"라는 질문 하나가 담겨 있었죠. 곧이어 도착한 편지에는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소피는 이상한 편지들 때문에 혼란스러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졌어요.
편지는 계속해서 소피네 우체통에 도착해요. 인류의 기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줘요. 철학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이야기는 물론, 시간순으로 여러 철학자의 생각과 주장을 설명해요. 소피는 그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 즉 삶과 죽음, 세계와 우주에 호기심을 갖게 돼요. 소피는 이토록 방대한 철학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나중에야 알게 돼요. 그는 자신을 '철학자'라고 부르는 알베르토 크녹스였어요.
철학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소피는 마침내 오래된 성당에서 크녹스 선생님을 만나요. 이즈음 소피와 크녹스 선생님은 어둠의 시대인 중세를 지나 인문 정신의 부흥과 재탄생을 의미하는 르네상스,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는 물론,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18세기 경험주의 철학까지 훑어 나가요. 철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소피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크녹스 선생님은 실존주의 등 20세기 현대 철학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요.
'소피의 세계'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요. 작품 중간에 힐데와 그의 아빠 알베르트 크나그 소령이 등장해요. 이들은 소피와 크녹스의 철학 수업에 동참하기도 하고, 때론 어려움을 주기도 하는 존재예요. 흥미로운 점은 소피와 크녹스 선생의 철학 대화가 크나그 소령이 힐데의 15세 생일을 맞아 준비한 생일 선물이었다는 사실이에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소피 등은 자신들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며 이야기 밖으로 과감한 탈주를 시도해요. "너는 누구니?"라는 질문에 대한 깨달음은 결국 나 자신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었죠. '소피의 세계'는 철학 이론은 물론 시대적 배경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 철학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는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