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도시 매연 속에서도 6개월 꽃피어… 밤엔 모기가 싫어하는 향 내뿜죠

입력 : 2023.06.19 03:30

페튜니아

페튜니아는 매연과 건조한 조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서울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요. /김민철 기자
페튜니아는 매연과 건조한 조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서울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요. /김민철 기자
요즘 서울 도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을 고르라면 단연 페튜니아(피튜니아로도 표기)일 겁니다. 화단·공원은 물론 가로등·버스정류장 등에 걸려 있는 걸이 화분에서도 다양하고 화려한 색의 페튜니아를 볼 수 있어요. 페튜니아는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심는 원예종 꽃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여름 길거리 꽃인 셈이죠.

도심 화단에는 아무 꽃이나 심을 수 없습니다. 우선 개화 기간이 길어야 합니다. 페튜니아는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이나 핍니다. 팬지·마리골드·베고니아·제라늄 등 다른 길거리 꽃도 개화 기간이 짧아도 2~3개월입니다. 페튜니아는 매연과 건조한 조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꽃입니다. 공중에 떠 있는 걸이 화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값도 다른 꽃에 비해 싼 편입니다. 이렇게 길거리 꽃으로서 장점을 두루 갖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페튜니아를 볼 수 있죠.

페튜니아(petunia)는 속명(屬名)입니다. 종까지 구분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워낙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심고 있어요. 나팔처럼 생긴 꽃이 피는데 주름진 꽃잎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면서 핍니다. 줄기를 길게 늘어뜨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품종도 있어요. 서울 경의선숲길 하늘다리 등에서는 해마다 다리 양쪽을 흘러내리는 페튜니아 꽃으로 장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죠.

이 꽃은 고향인 남미에서는 다년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지(露地)에서 월동이 불가능해 일년생 취급하고 있어요. 특히 서리에 약하다고 해요. 페튜니아라는 이름은 남미 원주민들이 이 꽃이 담배꽃을 닮았다고 '피튠(담배라는 뜻)'이라고 부른 데서 붙었다고 해요. 화단나팔꽃이라고도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애기나팔꽃이라 불러요.

꽃 색깔은 품종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붉은색·분홍색·흰색·보라색 위주였는데 요즘엔 노란색 등 없는 색깔이 없는 것 같습니다. 페튜니아는 밤이 되면 신선하고도 독특한 향기를 내뿜으니 한번 맡아보세요. 모기 같은 벌레들은 이 향기를 싫어한다고 해요.

페튜니아의 개화기는 씨를 뿌리는 시기로 조절할 수 있어요. 봄에 꽃을 보려면 온실에서 전년 초겨울에, 여름에 꽃을 보려면 이른 봄에 씨를 뿌린다고 하죠. 도심 걸이 화분에서 꽃이 약간 작은, 화사한 진홍색 페튜니아가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을 육종(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명으로 사피니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페튜니아는 우장춘 박사와 관련 있는 꽃이기도 해요. 우 박사는 1930년 일본 농림성 농사시험장에 근무할 때 겹꽃 페튜니아꽃을 육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겹꽃은 한때 미국과 유럽의 페튜니아 시장을 석권했다고 합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우 박사는 세계적인 육종학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