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오르간보다 14세기 중동 현악기와 비슷… 18세기 바흐·모차르트 거치며 위상 굳혀

입력 : 2023.06.13 03:30

피아노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1720년쯤 만든 초기 피아노.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1720년쯤 만든 초기 피아노.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음 달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리사이틀을 갖는다고 해요. 그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죠. 우리가 흔히 '피아노'라고 부르는 악기는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의 줄인 말인데, 셈여림을 조정하기 쉬워 여리게(piano) 칠 수도, 세게(forte) 칠 수도 있다고 해 붙은 이름입니다. 피아노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피아노 이전에도 오르간 같은 건반악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오르간은 현을 통해 소리 내는 피아노와 달리 관을 통해 소리가 나기 때문에 피아노의 조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14세기쯤 중동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덜시머(dulcimer), 프살테리움(psalterium) 등 현악기에서 피아노가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 악기들은 울림판에 묶인 현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였는데, 거문고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이후 현을 직접 치지 않고, 건반을 눌러 현에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좀 더 피아노와 비슷한 클라비코드(clavichord)와 하프시코드(harpsichord)로 이어집니다. 클라비코드는 15세기부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악기는 건반을 누르면 건반 끝에 달린 작은 쇳조각이 현을 때려서 소리가 납니다. 소리를 내는 방법이 피아노에 더 가까운 악기로 여겨집니다. 하프시코드는 14~15세기쯤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피아노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다른 점도 있어요. 피아노는 건반에 연결된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가 나는 악기이지만, 하프시코드는 작은 돌기가 현을 '뜯어서' 소리가 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피아노와 달리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세게 누르나 약하게 누르나 음량에 차이가 없습니다.

이후 18세기 초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1655~ 1731)가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 나는 악기인 피아노를 발명했습니다. 그가 발명한 피아노는 하프시코드와 달리 건반을 힘차게 누르면 더 큰 소리가 나 음량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하지만 초기 피아노가 바로 인기를 끌진 못했어요. 여전히 하프시코드나 클라비코드를 연주하는 사람이 많았죠. 실제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 ~1750)도 초기에는 '고음역대 소리가 약해 연주하기 어렵다'며 피아노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강약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프시코드가 가진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흐도 말년에는 개량된 피아노를 인정했다고 해요. 이후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천재적인 작곡가를 거치며 피아노는 지금의 위상을 얻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피아노가 도입됐을까요? 피아노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07년 황성신문에 실린 기사로, '피아니스트가 한국인들과 음악회를 가졌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를 통해 보면 20세기 초반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들어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