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고대 이집트에선 '부적'… 로마 제국에선 '도장'으로 썼대요
입력 : 2023.06.06 03:30
반지
- ▲ 고대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 반지. /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인류가 반지를 낀 역사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조개껍데기로 만든 선사시대 반지가 출토된 적도 있어요. 인류가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금이나 은, 구리 등 다양한 금속으로 반지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반지가 장신구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고대 사회에서 반지는 여러 가지 다른 용도가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반지를 몸이나 집을 지켜주는 보호용 부적으로 사용했다고 해요. 반지의 문양을 인장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로마 제국에서는 남성들이 반지를 끼고 다녔는데, 계약서 등에 도장을 찍을 때 끼고 있던 반지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습은 중세에도 이어져 왕이 전쟁 등을 치를 때 반지형 옥새를 끼고 나가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바티칸에서는 공식 문서에 서명할 때 교황의 반지를 씁니다. 사실상 바티칸의 국새 역할을 하는데, 이 반지를 '어부의 반지'라고 불러요. 이처럼 반지를 도장으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지에는 왕권의 상징이나 가문의 상징이 들어갔어요. 반지가 이것을 낀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결혼반지를 끼워주는 순서가 있죠. 반지를 결혼 선물로 주는 풍습도 고대 이집트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이때도 지금처럼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는데, 이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왼손 정맥을 심장과 바로 연결되는 핏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래요. 심장과 연결된 혈관을 사랑으로 감싼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풍습은 로마로 전해져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철로 만들어진 반지를 선물했다고 해요. 이 풍습이 현재까지 이어진 거죠. 영국 튜더 왕조(1485~1603) 때도 고대 이집트에서처럼 왼손 약지의 정맥이 심장에 연결된다는 믿음에 따라 결혼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부터 반지를 장신구로 활용해 왔어요. 특히 신라에서 반지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끼는 장신구였어요. 한 사람이 반지를 여러 개 끼기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라와 달리 고구려나 백제에서는 반지 유물이 많이 출토되지 않아 반지가 크게 유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고려 시대에는 원 간섭기에 몽골로 끌려가는 여인들에게 가족이나 친척들이 정표(情表)로 반지를 선물했는데, 이를 계기로 여인들이 낀 고려식 반지가 몽골에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