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여름엔 선선했는데… 극심한 폭염, 20여년 전보다 10배 늘어

입력 : 2023.06.01 03:30

서안해양성 기후

2021년 7월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네덜란드 발켄부르크의 한 거리. /위키피디아
2021년 7월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긴 네덜란드 발켄부르크의 한 거리. /위키피디아
유럽 신화는 크게 그리스·로마 신화와 게르만 신화로 나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게르만 신화는 이성적 느낌이 강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같은 유럽 신화인데 왜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까요? 심리학자들은 기후 차이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로마 문명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았고, 게르만 문명은 서안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은 차이랍니다. 햇빛이 풍부하고 기온이 높은 지중해성 기후 지역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감성적인데, 비 오는 날이 많고 날씨도 서늘한 서안해양성 기후 지역 사람들은 이성적이며 차분하다는 거지요.

먼저 서안해양성 기후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서안해양성 기후는 대륙 서해안에 나타나는 기후로, 바다의 영향을 받아 여름은 선선하고 겨울은 따뜻합니다. 가장 따뜻한 달의 평균 기온은 16~21도이며 가장 추운 달의 평균 기온은 2~7도입니다. 연 강수량이 1000㎜ 정도로 많지 않으며 월 강수량도 고르답니다. 서안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은 유럽에서는 영국·독일·북프랑스·북유럽 등이고, 미국 서북부와 캐나다 서부, 뉴질랜드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연중 날씨가 온화해서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알려졌지요.

그런데 최근 서안해양성 기후가 변하고 있어요. 2021년 6월 사상 최악 폭염이 미 서북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을 강타했는데요. 시애틀이 41.7도,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47.8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튼이 49.6도를 기록한 폭염으로 사상자가 2600명 발생했지요. 작년 7월 20일에는 영국 런던이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인 40.2도를 기록했어요.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서안해양성 기후 지역으로 여름에 큰 더위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덥지 않다 보니 런던에서 에어컨을 보유한 가정이 전체의 4%밖에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상 폭염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예요.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최근 들어 2000년 이전보다 극심한 폭염이 거의 10배 정도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지요.

강수량도 크게 변하고 있어요. 2021년 7월 벨기에·독일·룩셈부르크·네덜란드에 기록적인 비가 내렸답니다. 독일에서는 시간당 강수량 154㎜를 기록해 독일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는데, 독일 기상청은 1000년에 한 번 내릴 확률의 호우라고 분석했지요. 강이 범람하면서 많은 도시에서 대피 명령과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사상자만 1100명 이상 발생했어요. 서안해양성 기후 지역에서 연중 약한 비가 자주 내리는 특징이 사라진 겁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앞으로 서안해양성 기후 지역에서 더 강한 폭염과 호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어요. 지구촌 어디도 기후 재난의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