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주인 욕심으로 수명 늘린 고양이 보며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요

입력 : 2023.06.01 03:30
[재밌다, 이 책] 주인 욕심으로 수명 늘린 고양이 보며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요
죽지 않는 고양이, 뮤뮤

탁정은 글·박정은 그림 | 출판사 찰리북 | 가격 1만3000원

주인공은 검은 고양이 뮤뮤예요. 멀지 않은 미래인 2038년 사람인 지혜와 둘이 살고 있어요. 뮤뮤는 나이가 아주 많아요. 23살이나 되니까요. 사람으로 치면 100살도 넘은 거예요. 84살의 할머니 지혜는 고양이 뮤뮤를 너무나 사랑했어요. 오래오래 함께 살기를 바랐지요.

뮤뮤의 장수 비결은 의학의 힘이에요. 고양이 수혈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분말 혈액이 개발됐거든요. 그 덕분에 뮤뮤는 계속 오래 살고 있어요. 지혜는 이렇게 말해요. "뮤뮤, 나한테 고양이는 너 하나뿐이야. 내 소원이 뭔지 아니? 너랑 같은 날 같이 눈을 감는 거야." 뮤뮤는 이런 지혜의 마음을 이해해요. 하지만 생명을 연장하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요. 앞발 발등과 가슴에 박아 놓은 가느다란 치료용 튜브로 피를 빼고 넣는 고통스러운 처치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거든요. 뮤뮤는 몸이 성한 곳이 없어요. 뮤뮤는 생각해요. '나도 싫은 건 안 하고 살고 싶어.' 생명 연장을 위한 처치를 받을 때마다 뮤뮤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하지만 지혜는 뮤뮤의 이런 마음까진 헤아리지 못해요. 뮤뮤는 살아가고는 있지만 행복하지는 않아요.

급기야 지혜는 치료용 고양이까지 데려와요. 인공 분말 혈액 대신 뮤뮤에게 진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요. 태어난 지 6개월 된 어린 고양이 점박이가 지혜네 집에 왔어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집, 새로운 환경이 마음에 든 점박이는 금방 새집에 적응해요.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점박이는 네 발과 몸통이 묶인 채 뮤뮤에게 피를 내줘야 했으니까요. 두 고양이 모두 고통스러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혜가 이상한 행동을 해요. 점박이를 어린 뮤뮤로 착각하고, 뮤뮤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예요. 뮤뮤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지혜의 사랑은 누구를 향해 있는 것일까요? 점박이도 뮤뮤의 마음에 혼란을 줘요. "아이의 목덜미를 입에 무는 순간, 할딱거리는 숨결이 느껴졌어. 그건 나를 온전히 믿는 숨결이었어. 뜨거운 뭔가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어." 이런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요?

뮤뮤는 지혜와 점박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놀라운 결정을 내려요. 우선 점박이에게 "이제부터 네가 뮤뮤야"라고 말해요. 그러곤 잠든 지혜의 침대 위에 자기 대신 점박이를 올려놓아요. 뮤뮤는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뮤뮤는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생각해요. '한번쯤은 보고 싶어. 나의 지혜가 새 뮤뮤를 다정하게 어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붙잡는 것과 놓아주는 것, 그리고 떠나는 것. 사랑하는 존재를 향한 더 깊고 아름다운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초등생을 대상으로 쓴 창작 소설인 이 책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