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브라질리아 주요 건물에 모더니즘 적용해 살아생전 작품 세계유산 올린 첫 건축가

입력 : 2023.05.30 03:30

오스카르 니에메예르

오스카르 니에메예르(왼쪽)와 그의 대표작인 브라질리아의 대성당 내부. /위키피디아·유네스코
오스카르 니에메예르(왼쪽)와 그의 대표작인 브라질리아의 대성당 내부. /위키피디아·유네스코
지난 20일부터 이탈리아에서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이 열리고 있어요. 이 기간 탁월한 전시를 보인 국가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여합니다. 올해의 황금사자상은 브라질에 돌아갔어요. 브라질은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답니다. 그중 한 명인 오스카르 니에메예르(1907~2012)는 '브라질 근대 건축의 아버지' 소리를 들으며 후대 건축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니에메예르는 리우데자네이루 태생으로 고향에 있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어요. 그는 학교에서 사제 관계로 만난 루시우 코스타의 건축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브라질 건축의 역사적 순간을 경험합니다. 1936년 코스타를 주축으로 한 교육보건부 건물 설계에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고문으로 초빙됐을 때예요. 이때 브라질에 처음으로 르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 양식이 구현됐어요. 니에메예르는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봅니다.

1941년 브라질의 대도시 벨루오리존치 시장 주셀리누 쿠비체크는 니에메예르에게 인공 호수 팜풀랴를 여가 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맡깁니다. 호수 주변에 카지노, 연회장, 골프 요트 클럽, 교회까지 건물 총 4채를 짓는 계획이었어요. 니에메예르는 철근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삼지만 딱딱한 직선이 아니라 자유로운 곡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거대한 포물선으로 벽과 지붕을 한꺼번에 처리한 교회는 파격적이었어요. 같은 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소개되며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습니다. 팜풀랴 건축 단지는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어요.

니에메예르의 대표작에서 브라질리아 건물이 빠질 수 없습니다. 1956년 브라질 남쪽 해안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자 내부 고원 지대에 새로운 행정 수도 브라질리아를 짓는 계획이 확정됩니다. 당시 대통령은 팜풀랴 프로젝트를 함께한 쿠비체크였는데요. 코스타가 도시 설계를 맡고, 대통령 집무실·공관·국회의사당·연방대법원·관공서·대성당 등 주요 건물은 니에메예르가 설계합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공관에는 생선 가시처럼 유기적인 형태의 기둥을 적극 활용했고, 국회의사당은 쌍둥이 빌딩을 중심으로 접시를 뒤집은 모양과 바로 놓은 모양의 구조물을 양옆에 배치해 현대 미술 일부처럼 만들었어요. 대성당은 예수의 가시관에서 영감받은 뾰족한 곡선 기둥 16개로 외부를 지탱하며 내부를 확 트고 천장에 유리 돔을 설치해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모습을 연출했죠. 1960년 완공한 브라질리아는 모더니즘 건축을 도시 전체에 적용한 희귀한 예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어요. 역대 최단시간이었는데요. 니에메예르는 세계유산에 자기 작품이 처음 오른 생존 건축가가 됐어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