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1960년대 뉴욕 출판업계 배경 작가 지망생의 좌충우돌 성장기
입력 : 2023.05.29 03:30
마이 샐린저 이어
오늘은 1960년대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떠날 거예요. 이 책은 영국 런던의 대학원을 갓 졸업한 23세 작가 지망생 조애나가 뉴욕의 문학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고 있어요. 사회 초년생으로서 좌충우돌하며 자기 성장을 이뤄내는 낭만적인 소설입니다.
책장을 펴면 미국 뉴욕 브루클린, 퀸즈,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새벽 모습이 그려집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원고로 가득 찬 대형 가방을 들고 아파트를 나서며 도시는 활기를 띱니다. 사람들은 연하고 달달한 커피와 데니시 페이스트리 빵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원고를 읽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혹적인 배경입니다. 벌써 머릿속에 1960년대 뉴욕이 그려지는 것 같죠? 어디선가 타자기 소리도 들려오는 듯해요.
조애나가 일하는 회사 대표는 작가 지망생과 일하는 걸 질색해요. 조애나는 꿈을 숨긴 채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화를 받거나 타자를 치는 등 단순 업무를 할 뿐이지요. 그러던 조애나에게 변화가 생깁니다. '샐린저'의 팬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 쓰는 일을 맡게 되거든요. 조애나는 회사에서 정해 놓은 양식대로 답장을 보내는 대신, 진심 어린 답장을 보냅니다. 비로소 자기만의 글을 쓰게 된 거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입니다. 미국 작가로 20세기 미국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 한 명이지요. 그의 작품은 대부분 현실적인 캐릭터와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며, 정적이고 심오한 내면 세계를 탐구해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출간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현대 미국 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청소년인 홀든 콜필드의 시각에서 사회의 위선을 비판하며 성장에 관한 주제를 다뤘어요.
매일 꾸준히 글을 쓰라는 샐린저의 격려를 통해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던 조애나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갖습니다. 이 한 권의 소설은 샐린저와 이 책을 쓴 저자 조애나가 "누가 뭐래도 네가 믿는 길로 가"라고 전하는 응원처럼 느껴지지요.
책 속 문학 에이전시의 모습을 통해 1960년대 미국 출판 시장을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출판계와 다르지 않은 면도 많아요. 작가와 작품이 출판업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육성되고 갈등을 빚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조애나의 개인적인 여정과 출판업계의 작업이 연결돼 책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이 소설은 '마이 뉴욕 다이어리'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2021년 국내에서 개봉하기도 했어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읽기로 넘어가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