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거미줄 같은 흰색 털이 빼곡… 봄엔 혀 모양, 가을엔 긴 창 모양 꽃 핀대요
입력 : 2023.05.22 03:30
솜나물
- ▲ 솜나물 열매(왼쪽)와 봄꽃(가운데), 가을꽃. /국립생물자원관
솜나물은 국화과(科) 여러해살이풀로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라요. 봄과 가을에 자라는 잎과 꽃 모양이 전혀 다르게 생겼어요. 먼저 잎은 뿌리에서 여러 개가 나오지만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달라요. 봄에 나는 잎은 길이가 5㎝ 정도로 작은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이에요. 반면 가을 잎은 길이 15㎝ 정도로 길고 넓적한 피침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져 있어요.
꽃도 잎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요. 꽃은 3~5월과 9~10월에 각각 꽃줄기 끝에 머리모양꽃차례 1개가 달려요. 머리모양꽃차례는 작은 꽃이 다닥다닥 붙어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모양을 말해요. 봄꽃은 한 뼘 안 되는 10㎝ 정도의 꽃줄기 끝에 하늘을 향해 펴요. 꽃잎 뒷면은 진한 자주색이고 앞면은 흰색이죠. 꽃이 피기 전 봉오리가 진한 자주색을 띠어 진한 색 꽃이 필 것 같지만 자줏빛은 흰색 꽃잎 뒷면에만 살짝 보여 정말 매력적이죠. 꽃 지름은 약 1.5㎝이며 가장자리에 흰색의 혀 모양 꽃이 수평으로 달려 있고 중앙에는 관 모양 꽃이 있어요.
가을에 피는 꽃은 긴 창처럼 생겼어요. 뿌리에 모여난 잎 가운데 자란 약 60㎝의 꽃줄기 끝에 뾰족한 꽃봉오리가 달리죠. 가을꽃은 핀다는 표현이 어색하게 닫힌 상태로 피는 '닫힌꽃'이에요. 봄꽃이 열매를 잘 맺을 것 같지만 특이하게도 봄꽃은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가을꽃이 열매를 잘 맺는다고 해요. 닫힌꽃은 꽃봉오리가 열리지 않고 닫힌 상태에서 자기꽃가루받이(자가수분)가 이뤄져 바로 열매가 달리죠. 솜나물 씨앗에는 연한 갈색의 갓털이 있어 민들레처럼 바람에 멀리 날아간답니다.
솜나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거미줄 같은 흰색 털이 빽빽이 나 있는 식물이에요. 성냥이 없거나 귀하던 시절엔 말린 잎을 부싯돌에 올려놓고 불을 붙이는 데 썼어요. 그래서 '부싯깃나물'이란 별명도 있어요. 솜나물의 어린 잎은 나물이나 떡을 해서 먹어요. 한방에서는 솜나물을 대정초(大丁草)라 해 달여 먹거나 술을 담가 먹었다고 해요. 습기를 없애고 해독·마비 증상을 치료하는 약재가 된다고 하네요.
봄과 가을에 각기 다른 멋을 느낄 수 있게 변신하는 솜나물을 찾아보세요. 혹시 이미 봄에 핀 솜나물 꽃을 놓쳤다면 올해 가을과 내년 봄 그 장소에 다시 가보세요. 각기 다른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 솜나물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