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껍데기 없는 달팽이… 이빨 돋은 혀로 나뭇잎 갉아 먹는대요
입력 : 2023.05.17 03:30
민달팽이
- ▲ 민달팽이는 달팽이와 달리 껍데기가 없어요. /위키피디아
껍데기가 없는 걸 빼면 민달팽이는 달팽이와 아주 비슷하답니다. 우선 머리 쪽을 보면 뿔처럼 솟은 두 쌍의 촉수가 있어요. 앞쪽의 짧은 한 쌍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더듬이 역할을 하고요. 뒤쪽의 긴 한 쌍에는 눈이 달렸답니다. 입안에는 이빨이 촘촘하게 돋은 혀가 있어요. 이를 치설(齒舌)이라고 하는데, 나뭇잎을 갉아먹는 데 유용하죠. 민달팽이도 달팽이처럼 암컷의 생식 기관과 수컷의 생식 기관이 한 몸에 있어요. 자웅동체라고 하는데, 짝짓기를 할 때는 상대방과 머리 옆에 있는 생식 기관을 맞대서 자신의 정자와 상대방의 정자를 교환하죠.
달팽이의 껍데기는 연약한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요. 민달팽이는 갖가지 환경에 좀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껍데기를 아예 벗어버리는 쪽으로 진화했어요. 무거운 껍데기가 없는 만큼 돌 틈이나 나무껍질 속 등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길 수 있거든요. 민달팽이는 몸을 급하게 숨길 수 있는 껍데기가 없기 때문에 움직일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끈적끈적한 액체가 달팽이보다 더 많이 나온대요.
민달팽이도 달팽이와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이나 여름철 뙤약볕이 한창일 때는 겨울잠과 여름잠을 자요. 비가 내린 뒤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움직이기 좋을 때는 활발하게 활동하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돌 틈이나 우거진 숲 등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에 살다 보니 달팽이만큼 자주 눈에 띄지는 않는 거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달팽이 중에서 산민달팽이(몸길이 최장 15㎝)와 민달팽이(8㎝)는 토종이고요, 두줄민달팽이(5㎝)와 작은뾰족민달팽이(4㎝), 노랑뾰족민달팽이(14㎝)는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종이에요. 일부 외래종 달팽이가 원예 작물 등의 잎을 갉아먹어서 큰 피해를 주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토종 민달팽이와 외래종 민달팽이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어요. 토종 민달팽이는 몸에 껍데기가 있었던 흔적이 아예 없어요. 반면 외래종 달팽이는 몸 안에 희미하게나마 껍데기 흔적이 남아 있어요.
일부 민달팽이들이 농사와 원예에 지장을 주는 해로운 동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민달팽이는 썩은 풀과 낙엽 등도 잘 먹기 때문에 숲속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