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지구상 플라스틱 총 무게, 포유류의 2배… 물건 공유·대여하며 함께 환경 보호해요

입력 : 2023.04.27 03:30

지구 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재밌다, 이 책!] 지구상 플라스틱 총 무게, 포유류의 2배… 물건 공유·대여하며 함께 환경 보호해요
루시 시글 지음 | 이상원 옮김 | 출판사 지상의책 | 가격 1만7000원

전동 드릴은 사람이 사서 쓰다 폐기될 때까지 평균 사용 시간이 13분에 불과하다고 해요. 이런 공구를 집집마다 사지 않고 지역별로 운영되는 대여점에서 빌려 쓴다면 어떨까요? 매번 성능이 더 좋아진 전동 드릴을 빌릴 수도 있을 거예요. 전동 드릴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이나 배터리 등도 적게 사용하게 될 거고요. 기후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환경 문제 활동가인 루시 시글은 공존을 위해 '공유'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시해요.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하고 재미있어요. 총 100개의 퀴즈가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누구라도 알 만한 뻔한 답을 요구하는 그런 시시한 질문들이 아니에요.

'태양 주변에서 지구가 공전하는 곳, 생명체 거주에 적합한 이 공간을 지칭하는 전문가들의 용어는 무엇인가? A 워터월드. B 데미지월드. C 아케이디아 존. D 골디락스 존.' 이 문제의 답은 D예요. 태양에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아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주 과학자들은 '골디락스 존'이라고 불러요.

어때요? 만만치 않은 난이도죠? 분명 승부욕이 생길 거예요. 독서가 100배 흥미진진해질 거예요. 답을 맞히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 책의 진가는 답을 알아가는 것, 나아가 그 답을 이해하고 공감해 가는 과정에 있어요.

책은 총 10단계로 이뤄져 있어요. 전반부에서는 숲이나 바다 등 지구 생태와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요. 인간 때문에 이미 멸종되거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는 수많은 생명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책의 후반부에서는 지구 생태계의 작동 원리인 '순환 시스템'을 기반으로 인류가 어떻게 지구와 공존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모색해요.

환경과 관련한 최신 조사와 연구 결과도 알 수 있어요. 가령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플라스틱의 총 무게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포유류 총 무게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해요. 그런데 플라스틱은 단 9%만이 재활용된대요. 그럼 나머지 플라스틱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바닷속에 버려져 있다네요.

책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합니다. 어느 청바지를 만드는 기업은 옷감이 가능한 한 오래 순환하도록 청바지를 판매하지 않고 빌려줘요. 고객이 다 입고 반납한 청바지는 수선과 세탁을 거쳐 다시 대여하거나 새 청바지로 만드는 거예요. 저자는 순환경제가 자리 잡으려면 이런 대여 방식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해요. 슬기로운 '지구생활자'로 거듭나고픈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