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다 늘어나고 구멍 뚫린 스웨터 입지만 행복하게 사는 게으른 고양이 이야기
입력 : 2023.04.20 03:30
고양이 스웨터
책의 주인공은 추위를 잘 타는 게으른 고양이예요. 허옇고 넙데데한 얼굴에 크고 처진 검은 눈썹 때문에 늘 울상인 고양이예요. 고양이가 입고 있는 스웨터는 다 늘어나서 너덜너덜해요. 심지어 커다란 구멍까지 두 개나 뚫려 있어요. 고양이는 예쁜 새 옷에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에요.
매일 고양이는 도토리에게 모자를 씌워요. 도토리들에게 모자가 왜 필요한지는 고양이도 도토리도 몰라요. 모자를 씌워 주면 도토리들은 "헉!" 하거나 "꺅!" 하고 비명을 지르네요. 고양이는 모자 때문에 놀란 도토리들에게 그저 "어~ 미안"이라고 하거나, "응, 안녕?" 하고 대답해요.
그렇다고 도토리들이 대단히 화를 내는 것은 아니네요. 매일 당하는 일인 데다. 금방 끝나서 그런 듯해요. 왜냐면 고양이는 엄청나게 게을러서 모자를 세 개쯤 씌워 주고 나면, 곧 싫증을 내고 그만두거든요.
고양이는 만사가 귀찮다며 꼬리까지 축 늘어뜨립니다. 그러다 "아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잖아?"라고 하네요. 고양이는 참을성마저 없나 봐요. 통조림을 가져와 먹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에요. 식탁 위에 차분하게 저녁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통조림 뚜껑만 따고는 집안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며 먹어요. 게다가 우유는 꼬리를 말아 들고 마시네요. 식사 예절도 엉망진창이에요.
이런 모습을 보던 도토리들은 책상 위에 줄지어 서서 고양이를 놀리는 노래를 함께 불러요. 그러자 부끄러워진 고양이는 "얘들아 그런 노래는 그만 불러"라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어요. 그렇게 울다 지쳐 잠이 들어요. 참 여러 가지 면에서 딱하고 못난 고양이네요.
이런 고양이에게 한 가지 좋은 습관이 있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거예요. 고양이는 어젯밤에 엉엉 울었던 일 따윈 벌써 까맣게 잊은 듯해요. 고양이는 매일 아침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그러곤 난로 앞에서 너덜너덜한 그 스웨터를 또 입어요. 고양이가 이 낡은 스웨터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는 끝내 알 수 없어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니까요.
고양이는 분명 어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낼 거란 걸 우린 쉽게 짐작할 수 있어요. 이런 고양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해주어야 할까요? 글쎄요. 누가 뭐라든 생긴 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고양이에게 굳이 그렇게 충고해줄 까닭이 있을까요? 이 책은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와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