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프레온가스 금지 13년 만에 '극지 구멍' 회복하고 있어요

입력 : 2023.04.18 03:30

오존층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인류의 산업 활동은 지구 환경을 극단적으로 바꿨습니다. 199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1933~2021)은 "인류세(人類世)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지질학이나 생물학적 변화에 따라 지질 시대를 나누는데, 지질 시대가 바뀔 만큼 인류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오존층 회복, 전 세계 노력 통했나?

인류 활동이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례 중 하나가 '오존층 파괴'입니다. 오존층은 높이 10~50㎞ 상공 성층권에 오존이 많이 모여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은 오존층에 가로막혀 지표면에는 극히 일부만 도달하지요.

그런데 1970년대 극지방에서 오존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오존층 구멍'이 발견됐어요. 오존층이 얇아지는 만큼 자외선 차단 효과는 줄어듭니다. 자외선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돌연변이 세포가 생기고 피부암 등에 걸릴 수 있습니다.

오존층을 파괴한 주범은 염화불화탄소(Chloro fluoro carbons, CFCs)였습니다. 이 물질은 '프레온가스'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요. 예전에 냉장고, 에어컨의 냉매나 스프레이 발포제 등으로 많이 쓰였던 물질이죠.

오존층 파괴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전 세계가 움직였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존층 파괴 물질을 규제하는 기후 협약이 발표됐어요. 200여 국이 이 협약에 가입합니다. 바로 '몬트리올 의정서'입니다. 사실상 전 세계가 프레온가스 감축에 동의한 셈이 됐고, 2010년부터는 CFCs 사용 자체가 완전히 금지됐죠.

그런 노력 덕분이었을까요? 올해 1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UNEP,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연합(EU)과 함께 4년에 한 번씩 '오존층 고갈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발표해요. 올해 보고서에서 오존층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밝혔답니다. 연구진은 4년 전인 2019년에는 "오존층 회복 징후가 미약하게 보인다"라고 했는데 올해는 "좀 더 강하게 회복되는 추세"라고 설명했어요. 이 상태라면 당장은 아니어도 북극은 2045년, 남극은 2066년에 1980년 수준의 오존층을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연구진은 CFCs를 줄임으로써 지구 기온이 0.5~1도만큼 오르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CFCs는 지구 기온을 높이는 온실가스이기도 하거든요. 연구팀은 몬트리올 의정서를 2016년 개정한 '키갈리 의정서'를 잘 지켜나가면 2100년까지 0.3~0.5도만큼 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키갈리 의정서에는 CFCs를 대체해 사용하던 온실가스 수소불화탄소(Hydro Fluoro Carbons, HFCs)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요.

통하는 줄 알았는데… 아닐지도?

하지만 지난 4일 미 해양대기청(NOAA)과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이 지구과학 분야 과학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연구진은 CFCs 사용이 전면 금지된 2010년 이후 대기 중 CFCs 농도를 분석했는데요. 2010년 이후 'CFC-113a' 'CFC-114a' 'CFC-115' 'CFC-13' 'CFC-112a'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CFCs로 총칭하지만 프레온가스는 사실 종류가 다양합니다. 화학 구조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유해성도 다르죠. 연구팀이 집계한 5가지 CFCs의 배출량은 2020년에 최고치를 찍었어요.

2018년에도 대기 중 CFCs 농도가 증가한 적이 있었어요. 2018년 NOAA 연구진이 2012년부터 'CFC-11'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했어요. 당시 연구진은 동아시아를 출처로 지목했죠. 관측 결과, 중국 산둥성·허베이성 등 중국 동부 지역 일대에서 2013년부터 매년 7000t 이상씩 배출한 CFCs가 원인이었죠. 당시 중국은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고 CFCs를 배출하던 공장을 모두 폐쇄했어요.

오존층 구멍은 극지방에서 가장 커요

오존층 구멍은 주로 극지방에서 발견됩니다. 북극보다는 남극에서 더 크죠. 구멍이라고 하지만 실제 구멍이 아니라 주변에 비해 유달리 오존 농도가 낮게 나타나는 지역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극지방에서 나타날까요?

오존층에서 오존은 자외선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합니다.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오존이 분해되는 속도와 다시 합성되는 속도가 비슷해서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지상에서 배출된 CFCs가 대기 중을 돌아다니다 오존층 영역에 들어오면 오존이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심지어 CFCs는 분해되지도 않으면서 주변 오존을 계속 파괴합니다. CFCs 분자 1개가 오존 여러 개를 파괴하는 셈이에요.

그런데 극지방에는 극지방을 둘러싸는 '극소용돌이'가 있습니다. 중·저위도 지방과 극지방의 기온 차이 때문에 생기는 기류인데, 기온 차이가 심할수록 강한 극소용돌이가 발달합니다. 극소용돌이가 발달하면 극지방 공기는 다른 지역 공기와 섞이지 않습니다.

극소용돌이에 갇힌 극지방의 오존층은 외부에서 추가로 오존이 유입되지 않아 농도가 순식간에 떨어집니다. 실제로 2013~ 2018년 사이 중국이 매년 배출했던 CFCs 때문에 2020년 북극에 역대 최대의 오존층 구멍이 생겼습니다.

시작은 극지방 오존층 두께를 얇게 만들지만, 곧 전 지구의 오존층을 얇게 만듭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극소용돌이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면 다른 지역에 있던 오존이 극지방의 오존층 구멍을 보완하기 위해 이동하고 결국 지구 전체의 오존층이 얇아진답니다.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