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17세기엔 사람이 돌려… 1893년 시카고 엑스포 때 오늘날 형태 등장했어요
입력 : 2023.04.18 03:30
관람차
- ▲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 박람회 때 설치된 관람차. /위키피디아
관람차가 현대에 등장한 시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형 자체는 17세기에 등장했어요. 1615년 콘스탄티노폴리스(지금의 이스탄불)를 방문한 이탈리아의 음악가 피에트로 델라 발레가 관람차를 탄 기록을 남겼어요. 당시 관람차는 나무로 만들었고 승객이 의자에 앉으면, 사람이 직접 관람차를 돌리는 방식이었다고 해요. 사람 힘으로 돌릴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크기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다고 해요. 관람 목적보다는 놀이 기구에 가까웠습니다. 델라 발레의 기록에 따르면 함께 탄 그리스인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겁을 먹고 이제 충분하니 속도를 올리지 말라며 비명을 질렀다고 합니다.
17세기 영국 상인 피터 문디도 오스만 제국을 방문했을 때 남긴 여행기에 이와 형태가 비슷한 관람차를 탔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18세기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수동 관람차가 있었는데 밧줄로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고 해요.
현대와 형태가 같은 관람차가 등장한 것은 1893년의 미국 시카고 만국 박람회(엑스포) 때입니다. 이때 만든 관람차는 높이가 80.4m로 이전보다 훨씬 컸다고 해요. 1889년 프랑스 만국 박람회의 상징이었던 파리의 에펠탑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고 해요. 이 관람차는 다리 건축가인 조지 워싱턴 게일 페리스 주니어가 디자인했어요. 페리스가 처음 대관람차를 만들었을 때 전문가들은 에펠탑보다 작다거나, 건축미가 없다는 등 악평을 쏟아냈다고 해요. 하지만 막상 엑스포가 열리자 페리스의 관람차는 매우 큰 인기를 끌었고, 시카고 엑스포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래서 대관람차를 영어로는 '페리스 휠(Ferris Wheel)'이라고 불러요.
한국의 관람차는 1982년 처음 생겼습니다. 자연농원(지금의 용인 에버랜드)에 '우주관람차'가 설치되면서 인기를 끌었는데요, 당시 자연농원의 여러 시설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았고 소풍 온 고등학생이 관람차에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대요. 당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청룡열차'가 인기를 끌어 롤러코스터식 놀이 기구를 모두 '청룡열차'라고 불렀는데, 마찬가지로 대관람차류 놀이 기구를 모두 '우주관람차'라고 부르곤 했어요.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며 기기가 낡고 안전 우려가 생겨 우주관람차는 2010년에 운행을 멈췄어요. 지금은 에버랜드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