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산양·기린 등이 들려주는 각자의 '믿음'…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지 이야기해 봐요
입력 : 2023.04.13 03:30
우리는 언제나 너를 믿어
친구와 다투지 않고 계속 좋은 사이로 지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서로 믿는 마음이 가장 필요할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도 나를 아끼고 좋아해 준다고 믿는 마음이 있어야만 '친구'라는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믿음이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힘이 세요.
'우리는 언제나 너를 믿어'는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최고상 중 하나인 칼데콧상 수상 작가인 몰리 아이들(Molly Idle)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 그림이 인상적인 책이에요. 산양과 두더지, 개구리, 펠리컨, 공작새, 기린, 사자, 코끼리, 고래, 해파리, 카멜레온, 거북, 토끼, 판다, 딱따구리, 코알라, 곰 등 다양한 동물 가족이 책에 등장해요.
가장 먼저 등장한 산양은 "우리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라고 말합니다. 다음은 두더지예요. 이들은 "더 깊이 땅을 팔 수 있다고 믿어"라고 말하네요. 기린은 세상을 탐험하고, 씩씩하게 우뚝 설 수 있다고 믿어요. 사자는 굳센 용기를, 나무늘보는 달콤한 '꿀잠'의 힘을 믿는다고 하고요. 코알라는 둘이서 꼬옥 안아야 한다고 믿는다네요. 딱따구리 두 마리는 '우리는 세상에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고 믿어'라는 글귀를 숲속 나무들 사이에 현수막처럼 넓게 펼쳤어요.
아르마딜로가 몸을 동그랗게 말면서 "우리는 인생이 둥글다고 믿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절로 웃음이 터지네요. 원래 아르마딜로는 천적이 나타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처럼 변신한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죠. 하지만 책 속 아르마딜로의 말을 믿어도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동물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믿음을 말해줘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 왼편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우리는 믿어. 믿고말고! 바로….' 시선을 오른편으로 옮기면 아주 커다란 글씨가 그림 속에 새겨져 있어요. '우리가 너를 믿는 것처럼.'
작가는 여기서 이야기를 끝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독서'는 바로 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듯해요. 어린이 독자는 자신의 어떤 마음과 능력을 믿고 있는지 말하고 싶어질 거예요. 함께 읽은 부모님은 자녀의 잠재력을 믿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고요.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책장을 덮고 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독서를 완성하도록 만든 독특한 그림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