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꽃은 조선시대 여성 '족두리' 모양… 뿌리줄기에서 생강 맛 난대요
입력 : 2023.04.10 03:30
족도리풀
- ▲ 족도리풀의 짙은 자주색 꽃은 조선시대 때 여성용 모자인 ‘족두리’를 닮았어요. /국립생물자원관
족도리풀은 숲속이나 가장자리의 그늘진 곳에 자라는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2장의 잎과 1개 꽃으로 이루어져 있죠. 땅속 뿌리줄기(뿌리처럼 보이는 줄기)는 마디가 많고 옆으로 비스듬히 뻗으며 생강과 같은 매운 냄새와 맛이 나요. 이 때문에 영어 이름도 '야생 생강'이라는 뜻인 '와일드 진저(wild ginger)'예요.
잎은 녹색으로, 심장 모양을 하고 있어요. 꽃은 3~5월에 피며, 잎자루 사이에서 돋아난 2~5㎝ 정도의 꽃자루에 딱 한 송이가 달리죠. 꽃자루가 짧고 잎 아래 토양 표면 바로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때문에 꽃이 잎과 낙엽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요. 잎을 들춰보거나 땅을 잘 살펴야만 지름 1.5㎝ 정도의 자주색 꽃을 볼 수 있답니다.
이 식물의 꽃은 정말 독특하게 생겼어요. 꽃 아랫부분이 넓고 위쪽에서 갑자기 목처럼 좁아져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거든요. 열매는 8~9월쯤 진한 자주색의 두툼하고 둥근 형태로 익어요.
족도리풀은 2단계에 걸친 꽃가루받이 전략을 갖고 있죠. 먼저 개미·파리와 같이 꽃 속으로 기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곤충에 의해 타가수분(他家受粉·벌레나 바람·물 등의 도움을 받아 열매나 씨를 맺음)이 이루어지고 그 후 자가수분(自家受粉·꽃의 꽃가루가 스스로 암술머리에 붙어 열매나 씨를 맺는 일)이 이루어집니다.
개미를 활용해 씨앗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땅 위로 씨앗이 쏟아지는데요. 떨어진 씨앗에는 개미가 좋아하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지방 덩어리가 붙어 있어 개미에게 맛있는 먹잇감으로 보입니다.
개미는 엘라이오솜을 떼어내거나 먹고 나면 남은 씨앗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남은 씨앗을 둥지 밖에 버린다고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족도리풀은 씨앗을 멀리 퍼뜨릴 수 있어요.
우리나라 족도리풀속(屬) 식물은 10여 종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생겨 구별하기 어렵죠. 하지만 잎이 다소 두껍고 윗면에 흰색 무늬가 선명하게 있는 개족도리풀, 잎 전체가 자주색인 자주족도리풀 등은 그나마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족도리풀속 식물은 그늘진 지역에도 무성하게 잘 자랍니다. 잎의 질감·무늬와 색깔이 다양해 실내 조경용, 관상용으로 아주 훌륭한 식물이에요.
- ▲ 심장 모양과 닮은 족도리풀의 잎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