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유명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처럼 도시 골목 사람들의 생활 담았죠
입력 : 2023.04.06 03:30
우리 모두의 하루
김현주 지음 | 출판사 바이시클 | 가격 1만5000원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선 어린이 그림책의 출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요. 당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교육 제도가 정착하면서 문맹률이 떨어졌거든요.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린이'라는 새로운 독자층이 생겨난 거예요. 1865년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도 사랑받는 명작이지만, 어린이 그림책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김현주 지음 | 출판사 바이시클 | 가격 1만5000원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선 어린이 그림책의 출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요. 당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교육 제도가 정착하면서 문맹률이 떨어졌거든요.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린이'라는 새로운 독자층이 생겨난 거예요. 1865년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도 사랑받는 명작이지만, 어린이 그림책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은 인쇄산업에서도 가장 앞서 있었기 때문에 그림책 문화를 주도했어요. 차츰 새롭고 도전적인 예술적 시도를 하기도 했죠. 영국 작가 마틴 핸드퍼드의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가 대표적인 경우예요. '월리를 찾아라'는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독특한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그림풍을 독일어로 빔멜부흐(Wimmelbuch)라고 해요. '수많은 사람과 동물과 사물을 자세히 담은 그림책'을 뜻해요. 'Wimmel'은 '우글거리다, 북적대다'라는 뜻이고요, 'Buch'는 '책'이거든요. 이런 풍의 그림책은 대부분 본문에 글자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에요. 대신 그림이 복잡하고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죠. 그림을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게 그려야 해서, 작가가 꽤 고생을 한답니다.
'우리 모두의 하루'는 지난해 데뷔한 김현주 작가의 신작이에요. 이 책에서 작가는 빔멜부흐풍을 시도했어요. 아주 복잡한 형태를 담고 있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그렸어요. 책장을 열면 바닥에 장난감들이 가득 찬 방 안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도시의 골목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펼쳐져요. 학교와 교회가 보이고 다양한 상점과 아파트도 보여요.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골목의 소리가 하루를 깨우네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책 속에선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일상의 풍경이 이어집니다. 마치 아파트의 앞면을 잘라낸 듯이 여러 집의 실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도 인상적이네요.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고, 또 누군가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
또 하루가 지났어요. 어제의 풍경과 비슷하지만 오늘은 분명히 어제와 다르죠. 답답하거나 복잡한 하루가 시작되기도 하고, 어떤 하루는 아픔이 되기도 해요. 이 하루가 기록으로 남아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나만의 하루들이 모이고 모여 '내 이름이 제목으로 적힌 책'이 된다는 마지막 그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네요.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