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한강의 기적' 상징하는 고층 건물… 특수 코팅 창으로 금빛 만들었어요
입력 : 2023.04.04 03:30
63빌딩
- ▲ 총 1만3516장의 유리창으로 이뤄진 63빌딩의 겉모습. /한화그룹
63빌딩은 대한민국의 급격한 성장을 뜻하는 '한강의 기적'의 상징이에요. 무엇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층 건물이죠. 1985년 완공 당시 높이(249.6m)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혔어요. 당시 아시아 최고층 빌딩이었던 일본 도쿄의 '선샤인 60' (239.7m)보다도 높았어요. 1987년 싱가포르에 '원 래플스 플레이스'(281m)가 세워질 때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어요. 국내 위상은 더욱 확고합니다. 2003년 목동 하이페리온(256m)이 완공될 때까지 18년간 한국 최고층 빌딩 자리를 지켰어요. 이후 서울 도곡동 삼성 타워팰리스(265m), 여의도 IFC(285m), 여의도 파크원 타워(333m), 해운대 엘시티 더샵 랜드마크 타워(412m), 롯데월드타워(555m) 등 63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생겼어요.
곡선을 그리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63빌딩의 세련된 디자인은 미국의 유명 설계회사인 '스키드모어, 오잉스 앤드 메릴(SOM)'의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건축가 박춘명이 외관 설계를, 얼마 전 별세한 이리형 한양대 명예 교수가 구조설계를 각각 맡았죠. 진도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었어요. 63빌딩은 황금색을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유명한데요. 이 같은 색깔은 황금색 이중 반사 유리 때문에 나타나는 건데 처음 63빌딩을 지었을 때에는 유리창에 진짜 금을 코팅했다고 해요. 63빌딩에 설치된 유리창은 총 1만3516장인데, 각각의 유리창에 0.5g의 공업용 금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3년에 니켈 등을 함유한 특수 코팅 창으로 바꾸면서 이제 63빌딩 겉면에는 금이 없어요.
63빌딩이란 이름은 건물의 층수에서 비롯됐습니다. 63빌딩은 지상 60층에 지하 3층짜리 건물입니다. 지상·지하를 합쳐 총 63층이죠. 하지만 사실은 숨은 층이 존재해요. 60층 전망대 위에 61층이 있는데, 이곳은 직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런데 왜 지상 61층이 아닐까요. 63빌딩에는 44층이 없기 때문이에요. 43층에서 바로 45층으로 넘어갑니다. 불길한 숫자로 여겨지는 4가 반복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상 60층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