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2가지 種 모두 멸종 위기… 인디언들은 뿌리·잎·줄기를 약으로 썼대요

입력 : 2023.04.03 03:30

깽깽이풀

위 사진은 4월 중순의 깽깽이풀. 아래 사진은 활짝 피어 있는 깽깽이풀. /김민철 기자
위 사진은 4월 중순의 깽깽이풀. 아래 사진은 활짝 피어 있는 깽깽이풀. /김민철 기자
깽깽이풀속(屬)은 현재 2가지 종(種)이 알려져 있어요. 하나는 캐나다 동부에서 미국 남부·북동부 지역에 분포하는 종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와 중국·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종이지요.

우리나라의 깽깽이풀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낙엽활엽수 숲에서 드물게 자라는 다년생 풀이에요. 높이는 약 20㎝ 정도로, 잎 2~4장이 달려 있어요. 잎은 둥근 모양이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매우 뚜렷합니다. 4~5월쯤에 피는 꽃은 자주색이고 꽃잎은 둥근 모양인데, 꽃 가장자리는 꽤 매끄럽답니다. 깽깽이풀의 종자(種子·씨)에는 당분이 있는 꿀샘이 들어 있지요.

아름답게 생긴 이 식물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바쁜 농번기에 예쁘게 피어난 꼴이, 마치 깽깽이(해금을 속되게 이르는 말)를 켜고 놀자고 유혹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이름 붙었다는 주장, 강아지가 이 풀을 뜯어 먹고 너무 쓰다고 깽깽거려서 이렇게 불렀다는 주장 등이 있지요.

깽깽이풀속의 식물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유익하게 써왔어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깽깽이풀의 뿌리를 소독제나 류머티즘 치료제로 사용했지요. 잎은 상처나 감기 치료에 사용했다고 해요. 땅속줄기는 복통·설사·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었답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깽깽이풀도 약용 가치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지요.

깽깽이풀은 키우기도 아주 쉽답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면 쉽게 번식이 가능해요.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배수가 잘되고 수분이 충분한 토양을 선호하지요. 공교롭게도 깽깽이풀속의 2가지 종 모두 본거지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로 보호한답니다. 미국의 경우 조지아, 아이오와, 뉴욕 및 뉴저지주에서 보호 중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국가의 법정 보호종이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보호 식물로 격이 낮아졌지요.

이 식물은 러시아 우수리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북방계 식물이에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잡초'처럼 자라고 있어요. 이 식물이 지구상 가장 남쪽에 정착한 곳이 한반도 남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으로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깽깽이풀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질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 사는 이 식물이 지닌 생태적·유전학적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장·영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