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기준금리 올라가 예·적금 금리 뛰면… 채권 인기 떨어져 가격 내려가요
입력 : 2023.03.30 03:30
기준금리와 채권
- ▲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점포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A. 미국의 SVB(실리콘밸리은행)는 미국의 5000여 은행 중 자산 규모 16위로 꽤 규모가 있는데, 최근 갑자기 파산했어요. SVB는 이름처럼 실리콘밸리에 있었죠. 이 지역의 IT 기업, 스타트업과 주로 거래했어요.
보통 은행들은 예금으로 받은 돈은 일부만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대출해 주거나 다른 데 투자를 합니다. SVB는 예금액의 상당 비율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고 해요. 미국 국채를 많이 샀다는 의미예요.
국채(國債)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을 말해요. 그러면, 채권(債券)이 뭘까요? 채권은 돈을 빌린다는 증서인데, 돈을 갚을 날짜(상환일)와 얼마의 이자를 줄지도 정해둡니다. 돈을 갚을 날짜가 되면, 발행한 주체(기업이나 국가 등)가 부도를 내지 않는 이상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돌려줍니다. 일반적인 차용증서와 비슷하죠?
그런데 채권이 차용증서와 다른 점은 상환일 전에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에요. SVB가 미국 국채를 많이 산 게 위험한 일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상환일까지 기다리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으니까요.
하지만 변수가 있었어요. 지난해 초 0.25%에 머물던 기준금리가 5%로 오른 거죠.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란 곳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해요. 연방준비제도는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같은 중앙은행인데, 쉽게 말해 시중은행들에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준금리는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의 금리를 말하죠. 이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중은행의 예금·적금 등의 금리가 연쇄적으로 올라갑니다.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금리가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겠죠? 고정된 낮은 이자의 채권은 더 이상 매력 있는 투자상품이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이 채권을 시장에 내놓고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죠.
SVB 파산도 이 같은 상황에서 발생했어요. Fed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시장이 얼고 투자금이 줄어 SVB 주 고객인 여러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이 예금했던 돈을 인출하고자 했어요. SVB는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응하기 위해 당장 자금을 마련해야 했기에, 사뒀던 미국 국채를 팔아야 했죠. 하지만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은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SVB는 국채를 팔며 큰 손실을 봤죠. 이 소식이 돌자, 기업들은 앞다퉈 예금 인출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은행에 찾아가서 인출을 요구했지만, 요즘은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더 빠르게 대규모 인출이 일어났죠. 이 같은 악순환 속에 SVB는 결국 파산하게 됐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