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영어 가르치다 기술·가정 교사로 변신… 생활·경제·정신·성적 자립 키워줘요
입력 : 2023.03.30 03:30
팬티 바르게 개는 법
미나미노 다다하루 선생님은 13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해요. 학생들이 수업 중 아무 때나 졸거나, 아무런 의욕 없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개인의 정신력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인은 다른 데 있음을 알았지요.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만 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을 즐겁게 여기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일상이 즐겁고 행복해지려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해요.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대로만 일상을 보내야 한다면 누구라도 의욕을 가지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그는 '청소년기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앞으로 남은 긴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어라는 과목만 가르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생일대 결심을 하는데요.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을 바꾸기로 합니다. '기술·가정과'라는 과목을 남성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일본에서도 최초였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가 영어 교사에서 기술·가정과 교사로 변신한 이후, 자신의 교육론인 '자립'을 강조하는 수업을 실천한 과정과 효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가 이 책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 자립은 크게 네 가지예요. 우선 자신이 먹는 밥을 직접 지을 줄 알고, 빨래를 직접 갤 줄 아는 '생활적 자립',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돈 쓰는 법을 고민하며 노후까지 상상해보는 '경제적 자립',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에 충실할 줄 아는 '정신적 자립',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性)에 대한 올바른 사고법을 갖춰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을 당하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성적 자립'. 저자는 청소년 시기에 이 네 가지 자립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해요.
책에는 저자의 실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저 이성 친구 정도로만 생각했던 대상을 결혼 상대로 상상하고 인식해보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더없이 진지하고 열띤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입시에 중요한 국·영·수 과목만 잘해서는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기에 부족하죠. 이 책은 예술과 보건·체육, 기술·가정 등 인생 전체를 윤택하게 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며 구체적 방법까지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