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없어진 불상, 수학 활용해 찾다가 기초부터 다시 배우며 빠져들었죠
입력 : 2023.03.09 03:30
어쩌다 만난 수학
고정욱 지음 | 출판사 책담 | 가격 1만4000원
고정욱 지음 | 출판사 책담 | 가격 1만4000원
제목만 보면 수학 공부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서적 느낌이지만, 이 책은 소설이에요. 고정욱 작가가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쓴 신작이죠. 주인공 이름은 공준표, 중학교 3학년이에요. 서울에서 살았지만, 갑자기 집안 형편이 나빠지면서 녹산시(市)로 전학 가야 했어요. 준표는 아버지 사업 실패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가난에 대한 불만으로 방황해요. 다행히도 준표는 전학 간 학교에서 '방정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 친구를 만나요.
준표가 정식과 친구가 된 인연은 특별해요. 어느 날 준표는 여자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정식이를 발견해요. 알고 보니 정식은 수학 천재 소리를 듣는 친구였는데, 수학 시험 치를 때 답을 알려달라는 같은 반 아이들 요구를 거절했던 거예요. 준표가 곤경에 빠진 정식이를 도와주는 바람에 둘은 친구가 돼요. 방정식은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해요. 밀레니엄 7대 난제(難題)를 푸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였으니까요.
사실 그 꿈은 어마어마한 거예요. 지난 2000년, 미국 천재 수학자들이 모여서 만든 클레이 연구소는 수학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 7개를 선정했어요. '밀레니엄 7대 난제'라고 이름 붙이고, 상금도 100만달러나 걸었죠. 리만 가설, 푸앵카레 추측, P-NP 문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 버치와 스위너턴 다이어 추측, 호지 추측. 이렇게 7개였어요.
이 중에서 푸앵카레 추측은 2002년 러시아 출신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이 풀었어요. 푸앵카레가 이 문제를 낸 게 1904년이니, 수학 문제 하나 푸는 데 98년이나 걸린 거예요. 공준표는 평생 수학 문제나 풀겠다는 방정식의 꿈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쓸모없을 것 같고, 골치만 아픈 학문을 그렇게 좋아하다니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근처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요. 그 바람에 녹산사라는 절에 있던 금동 불상이 유실되는 사건이 벌어져요. 이 보물에는 포상금까지 걸리죠. 준표는 친구들과 불상을 찾아 보기로 해요. 이들은 무작정 산을 뒤져 찾는 것보다 수학적 공식과 계산을 활용하기로 하죠. 산사태가 나서 쓸려 내려갔으니 산의 각도와 흙더미의 양과 이동 속도 등을 계산하면 된다고 본 거예요. 이 덕분에 준표는 정식에게 초등학교 산수부터 중학교 수학 기초를 다시 배우며 수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에 빠져들게 돼요.
수학은 준표에게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도 가르쳐줍니다. 단순한 연산 능력으로 빠르게 '정답(正答)'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론 평생 붙들고 풀어가야 하는 난제의 '해법(解法)', 즉 문제를 푸는 방법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걸 말이죠.